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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 쉿! 神은 없다니까

■리처드 도킨스 지음, 도서출판 옥당 펴냄

진화론계의 투사 리처드 도킨스

거미줄·날개·조개껍데기 사례로

어려운 학술이론 알기쉽게 풀어

지적설계론 주장 조목조목 반박





진화론의 반대편에는 지적설계론이 있다. 물론 인간과 생명체의 기원과 관련된 이론 중 과학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진화론이 유일하지만 고도로 발달한 존재에 의해 생명이 설계됐다는 주장도 여전히 끊임없이 나오고 전파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 EBS가 여론조사를 했는데 ‘진화론을 믿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30%에 달했다고 한다. 솔직히 과학을 잘 모르는 대중 입장에서는 이 지적설계론에 혹하는 순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복잡하면서도 아름답고, 심지어 쓸모없는 구석이라고는 하나 없는 인체나 자연의 신비를 맞닥뜨리게 될 때면 이런 완벽함이 극히 우연한 변화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반 대중은 명쾌한 해설을 필요로 하지만 대다수 과학자들은 그들의 주장에 반론의 가치도 없다는 듯 냉담하게 굴거나 아니면 반대로 너무 본격적인 학술 이야기만을 풀어놓는다. 전문 학술의 영역을 대중적으로 풀어낼 줄 아는 리처드 도킨스의 활약은 그래서 반갑다. 1986년 ‘눈먼 시계공’을 출간하며 창조론 혹은 지적설계론과의 싸움을 선포한 이 진화론의 투사는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글을 쓰고 대중 강연에 나선다. 새로 번역돼 나온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는 그 열정의 일환으로, 영국왕립연구소의 유명한 대중 과학 프로그램 ‘크리스마스 강연’을 토대로 엮은 책이다. 총 10강으로 구성된 책은 30억~40억년전 원시 지구에서 우연히 탄생한 단순한 형태의 자기 복제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불가능한 완벽성’을 갖춘 다양한 생명체로 진화되었는지를 거미줄, 날개, 조개껍데기 등 풍부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진화, 불가능의 산을 오르다’나 ‘눈(眼)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같은 강의는 지적설계론자들이 진화론을 공격할 때 즐겨 사용하던 주제들을 차근차근 반박해가는 내용이 담겨있어 흥미를 더한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지적설계론자들은 인간 신체기관의 놀라운 복잡성과 완벽성을 언급하며 이것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눈(眼)이다. 우선 도킨스는 “생명체들의 화려한 배치를 구성할 수 있는 설계자라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적이며 복잡해야 할 것이다. 만약 신을 우주의 설계자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처음 출발했을 때와 정확히 같은 위치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라며 주장의 모순을 간단히 반박한다. 이어 도킨스는 지적설계론자들을 깎아지른 벼랑을 단번에 뛰어오르려는 탐험가에 빗대며 벼랑 뒤편 완만한 능선을 가리킨다. 진화란 그 오르막을 느릿느릿 오르는 점진적인 변화다. 천천히 한 걸음씩, 다윈이 자연선택이라고 명명한 무작위적 돌연변이의 무작위적이지 않은 생존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칠 경우 이 정도 정밀함을 갖추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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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해도 최초의 눈은 지극히 단순해서 몸의 표면 중 빛에 조금 민감한 부분 정도였을 테지만 이 눈을 가진 생명체는 포식자의 징조일 수 있는 그림자를 파악할 수 있어 생존에 유리했다. 눈은 이처럼 생존에 조금이라도 유리하다면 자연선택의 선호를 받는다는 진화론의 단순 명료한 작동 원리에 따라 불가능의 산봉우리를 오른다. 생각보다 시간이 짧게 걸렸을 수도 있다. 도킨스는 아주 단순한 형태의 세 가지 조직이 36만 4,000세대 만에 완전한 수정체를 갖춘 카메라눈(Camara eye)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추적한 컴퓨터 모의실험을 소개한다. 세대가 1년 미만인 작은 해양 동물 기준으로는 50만 년도 채 안 걸린 셈이다.

그 밖에도 책은 생물의 대칭성과 돌연변이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인간은 어떻게 유전자의 명령에 복종하는 로봇 중계자가 된 건지 등의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변들을 담고 있다. 2만2,000원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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