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득권층에게 복음은 있을까?

2월 15일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2월 15일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지난 2월 15일 밤이었다. 2016년 대선을 규정하는 상반된 모습이 다시금 펼쳐지며 시급함이 더해가고 있었다. 한 쪽에선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가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그린빌 Greenville의 경기장에서 수천 군중을 대상으로 유세를 했다. 그는 이민문제에 대한 비판과 전형적인 록스타일 찬송가를 앞세웠다. 다른 한편에선 젭 부시 Jeb Bush가 203마일 떨어진 노스 찰스턴 North Charleston의 유세 무대에 올랐다. 트럼프 돌풍에 존재감을 상실한 지 오래인 젭 부시는 이날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인 형 조지 W. 부시와 함께 공식석상에 나타났다. 그는 오랫동안 ‘부시 왕조’를 지지했던 주에서 대선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선에서 가문의 권력은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2일 전 트럼프는 TV 토론회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맹렬하게 공격했다. 공화당 선두주자가 같은 당 출신의 전직 대통령을 이토록 비난한 건 최초의 일일 것이다. 때문에 트럼프는 야유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사우스 캐롤라이나 골수당원들은 일반 지지자들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구글을 통해 ’왜 사람들이 야유를 하지?‘라는 질문이 다수 올라왔다.

이런 상황들을 살펴보면, 이 경선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개괄적인 예측을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인 것처럼 보인다. 과거에는 자금이나 지지 표명, 그리고 인지도 등에서 우세를 점치는 것이 대선을 예측하는 좋은 지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차트 참조). 초기 유세가 대단했던 부시는 막대한 자금을 앞세우고도 당황스러울 만큼 침몰하고 말았다(여전히 그는 자금 면에서 선두주자다.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조직인 슈퍼팩 super PAC을 포함해 1억 5,000만 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았고, 이 중 8,400만 달러를 사용했다). 주지사 및 의원들로부터 184건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낸 힐러리 클린턴은 고작 2건의 지지선언을 받아낸 ‘민주당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Bernie Sanders라는 큰 골칫거리에 직면해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Michael Bloomberg 전 뉴욕시장이 뒤늦게 무소속으로 대선에 뛰어들 가능성을 내비치며 앞으로 누가 주도권을 쥐게 될지 더욱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각 당 엘리트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 기득권층에 우호적인 후보들(가령 클린턴과 마르코 루비오 Marco Rubio)이 부각된다 해도, 이들은 정치적 면은 물론 사회적 계층 면에서까지 분열돼 버린 유권자들에 직면할 것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와 샌더스는 올 봄에 이미 힘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내세운 주장들은 당분간은 기세를 떨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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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근거는 최근 여론 조사에서 찾을 수 있다. 과반이 넘는 54%의 미국인들이 국가 경제 및 정치 체계가 그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월스트리트 저널과 NBC 조사에 따르면, 이 수치는 지난 5년간 계속 증가해왔다. 10명 중 7명은 ’정부가 서민들보단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워싱턴 혹은 월가(정재계) -을 더 대변한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퓨 리서치 센터 Pew Research Center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중은 의원들에게 매우 냉소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55%는 ’평범한 미국인들이 문제 해결에 더 탁월하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여론조사 위원 제프 호잇 Jeff Horwitt은 “양 측의 분노가 엄청나다. 이를 잘 결집하는 후보가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차기 대통령이 자유 무역 및 포괄적인 이민 개혁 같은 기업 우대 정책을 선호한다면,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대중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는 트럼프와 샌더스는 고위 경영진을 비판하는 공약을 펼치고 있다. 엄청난 바가지 요금을 씌우는 제약회사들,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임원진, 그리고 다른 이들의 돈으로 도박을 하는 월가의 억만장자 투기꾼들이 바로 그들이 비판하는 대상이다. 두 후보 모두 정당을 넘어 서민 계층의 뿌리깊은 적대감을 자극하려면, 기브 앤드 테이크의 ’상공회의소(Chamber of Commerce) 스타일‘을 수용해야 한다. 기업들이 원하는 바를 얻으려면, 투표를 하는 대중들에게 크게 양보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많은 다른 후보들이 이 기회를 가져갈 것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Tory Newmyer

By Tory Newmye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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