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밀어붙이기식 성과주의 도입이 금융공공기관 직원들은 물론 경영진에게도 상처만 남기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지난 23일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지었는데, 권선주 행장의 번뇌는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강행한 이후 전체 이메일을 보내는 등 행원들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행원들은 배신당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정훈규 기자입니다.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기업은행을 방문해 성과연봉제 강압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동의서 강요 정황이 담긴 녹취파일 공개와 노조의 증언이 이어졌고, 이후 권선주 행장을 비롯한 사측 관련자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권 행장은 동의서 징구는 완전히 직원 자유 의사에 맡겼다며 강요는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답변 중 간간히 미소를 띄우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던 권 행장은 성과연봉제 강행에 대해 직원들의 실망감이 어느 기관보다 크다는 한 의원의 지적에 잡고 있던 팬을 내려놓고 이내 표정이 굳었습니다.
[녹취]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 (5월30일 성과주의 강압논란 진상조사 中)
“기대가 굉장히 컸던 은행장이십니다. 내부 승진해서 다른 사람이 아니라, 만약에 이것이 낙하산으로 내려온 사람이 그런저런 것(동의서 강요)을 했다면 직원들이 받아 들이는…”
금융공공기관 9곳이 모두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한 가운데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처리를 한 곳은 8곳이나 됩니다.
하지만 다른 기관장들과 달리 권 행장은 유독 성과연봉제 강행 이후 직원들의 여론을 신경쓰는 모습입니다.
본인 스스로가 기업은행 행원부터 시작한 대선배인 탓에 후배들의 원성을 모른 척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사회 강행 직후인 지난 25일에는 “성과주의를 잘 활용하면 미래에 소중한 자양분이 되리라 확신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 직원들에게 보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합니다.
기업은행의 한 직원은 “정부 강압에 못이긴 선배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미래를 위한 선택 운운하는 모습에 정이 떨어졌다”며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서울경제TV 정훈규입니다.
[영상촬영 이창훈/ 영상편집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