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1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한미재무장관회의...통화스와프 물밑 논의되나

5년 만에 재무장관 한국 방문...경상수지 흑자, TPP 등 경제현안도 논의될듯

2박3일 일정동안 임종룡 위원장 등 정부 및 경재계 관계자 만날듯

한미 재무장관회의가 10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됨에 따라 어떤 내용이 논의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율·경상수지 등 양국 경제현안과 주요20개국(G20)에서의 정책 공조 방안 등이 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희망하고 있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물밑에서 논의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31일 외환 당국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는 게 좋다는 입장”이라며 “통화스와프를 논의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동안 미 재무부가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업무이므로 재무부가 주도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여왔다”고 덧붙였다. 공식 의제로 제안하기는 부담스럽지만 통화스와프 체결의 필요성 등에 대해 비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2008년 10월 300억달러(35조7,000억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었다가 2010년 2월 만기 종료됐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자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 낼 수 있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강력한 도구다. 6월 미 금리 인상 가능성,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국제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통화스와프 논의가 급진전된다면 우리에게 단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한미 재무장관회의에서 통화스와프가 비공식적으로 논의되더라도 실제 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 때 협상에 참여한 한 금융계 관계자는 “미 의회가 금융위기 당시 연준의 동시 다발 통화스와프를 두고 ‘국제정치적인 사안을 의회 동의 없이 연준이 결정했다’며 반발했다”며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만 콕 집어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더구나 최근 미 대선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대미 무역흑자를 보이는 한국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도 좋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당장 통화스와프가 체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이번 한미 재무장관회의는 지난 4월29일 미 재무부가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후 처음 열린다는 점도 주목된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중국·일본·독일·대만 등 5개국이 대미 무역흑자, 경상흑자가 과도하다며 ‘환율 조작국’의 전 단계 격인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냉랭해진 양국 외환 당국 관계가 이번 회의를 계기로 풀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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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엔저’를 놓고 충돌하고 있는 일본 대신 한국을 끌어안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제이컵 루 장관은 이번에 한국에 이어 미중 전략경제대화 참석차 중국을 방문하지만 일본에는 들르지 않는다. 2007년 3월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이 동아시아를 순방할 때 일본 재무상, 일본은행(BOJ) 총재를 만났던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루 장관은 지난달 21일 일본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엔화 약세에 대해 추가로 경계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 경제 최대 현안으로 구조조정이 급부상한 가운데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만날지도 관심사다. 루 장관은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 한국에 머무를 예정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스케줄은 3일 오후5시30분에 한미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는 것뿐이지만 취임 이후 처음 한국을 방문하는 만큼 정부 관계자는 물론 다양한 경제계 인사를 만나는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양국 통상의 최대 현안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큰 틀의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007년 3월 폴슨 전 재무장관이 방한한 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급진전이 된 사례가 있다. TPP가 미 무역대표부(USTR) 소관이지만 개별 협정문(30개 챕터)에는 △투자 △규제조화 △금융서비스 △지식재산권 △협력·역량 강화 등 양국 경제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사안들을 규정하고 있다. TPP는 양국 교역 증가로 ‘윈윈’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미 FTA보다 상품 개방폭과 서비스와 투자, 원산지 규정 등에서 진일보한 협상이다.

특히 TPP가 발효되면 산업 경쟁국 일본이 TPP 참여국 시장에서 우리보다 우월한 관세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도 서둘러 가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올해 안에 TPP 가입을 위한 방안(로드맵)을 정하고 내년 공식 참여를 선언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TPP 협정문의 각 챕터는 양국 간의 모든 경제 이슈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재무장관회의에서 TPP 참여를 위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세종=이태규·구경우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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