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北서 735일 억류 케네스 배 "힘들게 살아가는 北 주민들 기억해줬으면…"

'잊지 않았다' 출간 기자간담

그들도 같은 사람이고 한민족

2년 동안 함께 지내며 깨달아

NGO 세워 새터민 등 도울 것

北과의 평화협력 정착 위해

민간 차원 인도적 지원 지속돼야

1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잊지 않았다’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박성규기자1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잊지 않았다’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박성규기자




지난 2012년 11월3일 중국에서 북한 관련 여행 사업을 하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는 여느 날처럼 단체 관광객과 함께 북한을 여행하고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그는 북한의 실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등이 담겨 있는 이동식 하드디스크를 중국에 두지 않고 실수로 가져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다. 북한 정부 관리들은 이를 문제 삼았고 결국 케네스 배는 2014년 11월8일까지 총 735일간 북한에서 억류 생활을 해야 했다.


미국 정부와 수많은 이의 도움으로 한국에 돌아온 그는 힘겨웠던 일을 기억하기로 마음을 먹고 북한에서의 억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을 펴냈다.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북한을 원망하고 증오하기 위해 펜을 든 것은 아니었다.

1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잊지 않았다’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케네스 배는 “많은 분이 나를 잊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됐다”며 “나뿐 아니라 북한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주민들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하루 10시간씩 중노동을 했지만 덕분에 그는 북한 주민들과 24시간 함께할 수 있었다. 2년 넘게 북한에 있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하던 2012년 12월12일이다.


그는 “당시만 해도 곧 돌아갈 거라는 전제하에 평양으로 이송됐고 북한이 원하는 대로 협조한다면 집에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미사일 발사로 기대가 깨지고 말았다”며 “그들이 미사일 발사를 경축하고 흥분하는 모습을 보며 집에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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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같이 있으면서 북한 체제가 생각보다 공고하다는 것도 느꼈지만 북한 주민들 역시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케네스 배는 전했다. 그는 “2년 동안 북한에서 살면서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민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어렵게 사는 모습을 보고 그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케네스 배는 북한에서의 경험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면서 남북 협력을 위해 일익이 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그는 “북한 동포를 위한 비정부기구(NGO)를 건립해 북한 취약계층과 탈북민을 섬기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케네스 배는 “평화통일이 이뤄지는 날이 올 텐데 그때까지 민간 차원의 인도주의적 지원과 탈북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끊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일 때 북한과의 협력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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