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구글 캠퍼스 서울’ 1년을 돌아보니…

구글의 창업 · 성공 노하우 아낌없이 제공<br>스타트업 생태계 허브로 입지 다졌다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설립 1주년 기념행사에서 임정민 캠퍼스 서울 총괄(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과 입주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설립 1주년 기념행사에서 임정민 캠퍼스 서울 총괄(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과 입주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구글 캠퍼스 서울’이 최근 설립 1주년을 맞이했다. 이곳은 구글이 만든 창업가 지원 공간으로서 세계에서 세 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다. 지난 1년간 구글 캠퍼스 서울이 거둔 성과와 향후 계획을 알아본다.


구글 캠퍼스 서울(이하 캠퍼스 서울)은 지난해 5월 8일 서울 대치동에 처음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위해 작업공간, 통신망, 카페 등의 공간을 제공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문가 멘토링과 투자자 연결, 각종 세미나와 교육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창업 생태계 허브’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캠퍼스 서울은 영국 런던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세계 세 번째,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생겼다. 지난해 캠퍼스 서울 개소식에 참석한 매리 그로브 구글 창업가 지원팀 총괄은 “서울을 선택한 건 혁신적이고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많이 몰려 있고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은 데다, 직원 200명을 둔 구글코리아가 있어 멘토링, 강의 등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10일 열린 캠퍼스 서울 첫돌 행사에는 스타트업 특유의 유쾌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묻어났다. 입주 기업뿐 아니라 인근 창업센터 관계자와 스타트업 직원, 예비 창업자가 한데 모여 서로의 창업 경험을 함께 나눴다. 이날 임정민 캠퍼스 서울 총괄은 “캠퍼스 서울은 지난 1년간 입주사 및 캠퍼스 서울을 찾은 창업가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했다” 며 “앞으로도 스타트업과 계속 소통하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더 많이 제공해 국내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을 지원하고, 나아가 서울이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허브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캠퍼스 서울은 누구든 회원으로 가입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회원에게 발급하는 출입카드를 찍고 입구에 들어서면 커피 전문점인 ‘빈 브라더스(커피 전문가들이 소비자 취향에 맞는 원두를 선정해 매달 새로운 커피를 보내주는 ‘커피 스타트업’이다)’에서 운영하는 캠퍼스 카페가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다. 이곳에서 커피나 음료를 즐기며 담소를 나눌 수 있다.

한꺼번에 수십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이벤트홀과 강의실에선 성공한 창업가들을 불러 노하우를 듣는 행사를 수시로 열고 있다. 이밖에 스타트업 입주사 전용 공간에는 개방된 개인 사무실과 회의실, 개발자가 만든 애플리케이션들을 여러 다양한 단말기에서 테스트해볼 수 있는 ‘디바이스 랩’ 등이 마련돼 있다.

간단한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미니 주방과 어린 자녀를 데리고 일하는 엄마 · 아빠 창업가를 위한 수유 공간도 눈길을 끈다. 캠퍼스 서울 관계자는 “입주사 선정에도 미혼 남녀 중심이 아니라 기혼 여성, 노년층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고 전했다. 다만 평일은 오후 7시, 주말과 일요일은 오후 4시면 문을 닫는다. 야근은 사절인 셈이다.

캠퍼스 서울은 설립 1년 만에 1만3,000명 이상의 창업가, 투자자, 창업 준비자 등이 커뮤니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전체 회원의 30%는 여성이다. 특히 다양성이 공존하는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둬, 80개 이상 국적의 창업가들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캠퍼스 서울은 한 해 동안 450개 이상의 창업 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연간 2만 명 이상의 창업가들이 방문하는 국내 대표 스타트업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입주사 전용공간에는 현재 7개의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이들 입주사와 졸업한 스타트업 9곳은 지난 1년간 총 121억 원에 이르는 투자금액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파트너사인 ‘500스타트업’, ‘스트롱벤처스’는 물론, ‘글로벌브레인’ 같은 해외 벤처캐피털들도 캠퍼스 서울에 입주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투자자 네트워킹도 돕고 있다.

캠퍼스 서울은 지난 1년간 총 90개 이상의 자체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7,500명 이상의 창업가들이 교육에 참여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 1년간 여성 창업가 양성 등 다양성과 글로벌 네트워킹에 초점을 맞춰 부모를 위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엄마를 위한 캠퍼스’, 세계 각지의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참가하는 ‘캠퍼스 익스체인지’, 스타트업을 위한 공개 채용 행사인 ‘캠퍼스 리쿠르팅 데이’, 스타트업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는 ‘캠퍼스 스타트업 스쿨’, 성공한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캠퍼스 토크’, 창업가와 투자자 간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캠퍼스 멘토링’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들을 제공했다.


캠퍼스 서울 관계자는 “2년차를 맞은 올해에는 1년차 운영 과정에서 얻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을 확충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킹 기회 확대를 위해 ‘구글 글로벌 엑스퍼트 위크(Google Global Experts Week)’ 프로그램이 신설된다. 영업, 마케팅, 개발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전 세계의 구글 직원들이 6월 13일부터 2주간 캠퍼스 서울에 상주하면서 국내 스타트업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팁을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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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 프로그램도 강화된다. ‘캠퍼스 스타트업 스쿨’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교육 세션을 진행하고,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집중 멘토링을 제공하는 ‘스케일업을 위한 캠퍼스 멘토링’ 프로그램도 새롭게 시작한다. 외부 파트너 외에도 구글플레이, 머신 러닝, 클라우드 플랫폼 등을 담당하는 구글 내부의 전문 인력들이 멘토링에 참여해 기술, 창업, 디자인, 법률,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교육 및 멘토링 세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엄마를 위한 캠퍼스’ 진행 모습. 출산과 육아로 인해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힘든 20~40대 여성들이 아기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엄마를 위한 캠퍼스’ 진행 모습. 출산과 육아로 인해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힘든 20~40대 여성들이 아기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스타트업을 지원 · 육성한다는 점에서 캠퍼스 서울은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닮은꼴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애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창조경제 확산 구심점으로 조기 정착시킨다는 목표에 따라 17개 시도별로 대기업과 연계한 1대1 전담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창업 아이디어 사업화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전담 대기업에서 돕는 식이다. 이 부분이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캠퍼스 서울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구글은 스타트업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구글은 창업 기업에 어떤 도전 과제가 있는지 잘 알고 있어 창업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관료 조직이 미처 알아차리기 어려운 부분을 간파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2월 1일 기준으로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796개를 보육하고 1,520억 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기술 지원은 593건, 예비 · 초기 창업자에 대한 창업 멘토링과 컨설팅 수행 1만2,711건, 시제품 제작 4,726건이라는 수치도 제시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개념이 모호하다고 비판한다. 기존 정책 성과를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로 돌리는 등 실적을 과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정책 기조에 못 이겨 ‘시늉’만 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2001년 <창조경제>라는 책을 출간하며 창조경제란 개념을 세계에 알린 존 호킨스 창조경제연구센터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정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도움을 주되 그들을 리드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비판이 있긴 하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그 역할은 계속돼야 한다. 캠퍼스 서울을 보고 배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1. 캠퍼스 서울의 주요 프로그램
엄마를 위한 캠퍼스

육아로 창업의 꿈을 미루고 있었던 엄마, 아빠들의 창업을 돕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18개월 미만 유아들이 놀 수 있는 공간과 아기 돌보미 서비스가 제공되어 육아에 대한 부담 없이 아기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7월 처음 시작되어 22명이 1기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그중 약 70%가 계속해서 창업을 준비 또는 진행 중이다. 창업 아이디어 선정, 시장조사, 비즈니스모델 수립, 마케팅, 펀딩 등의 다양한 세션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사업 구상에서 실제 창업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다.

구글 창업가 지원팀 익스체인지
구글 창업가 지원팀이 주최하고, 각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주제별 특화 도시에 모여 네트워킹과 함께 현지 사용자 특성을 파악하고 제품 개선, 투자 유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참가 스타트업에게는 구글 창업가 지원팀 네트워크에 소속된 테크 허브의 업무 공간이 무료로 제공되며, 다양한 이벤트 및 워크샵을 통해 여러 멘토와 투자자들을 만날 기회를 얻게 된다.

캠퍼스 리쿠르팅 데이
채용을 원하는 스타트업과 스타트업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들을 연결하는 행사다. 지난해 9월 ‘Start@Startups’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되어 현재 ‘캠퍼스 리쿠르팅 데이’로 매월 정기 행사를 갖고 있다. 대규모 공채나 취업설명회 같은 기회를 갖기 힘든 스타트업이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로 꼽는 채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2. 2016년 신설 주요 프로그램
캠퍼스 도그푸더스(Campus Dogfooders)

참여자들이 스타트업 서포터가 되어 스타트업의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써보고 피드백과 의견을 주는 프로그램(도그푸딩Dogfooding은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새로 출시되는 제품을 미리 테스트해 의견과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의미함)이다.

캠퍼스 X 인더스트리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 혹은 대기업을 연결해 스타트업과 기업 간의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의 파트너십과 비즈니스 확장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캠퍼스 멘토링: 스케일링 포 그로스(Scaling for Growth)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이 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멘토링과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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