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지방 주택시장 심상찮다] 청약 - 실물지표 따로 놀아…거품 꺼지면 '미분양 재앙' 올수도

주택가격 16주째 하락...4월 거래 15% 곤두박질

4월 미분양주택 3만1,471가구…전달보다 3%↑

"투기장 된 시장…공급과잉 현실화 시장침체 불보듯"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지방의 주택시장은 상황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주택시장을 지역별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 새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계약률·미분양물량·주택거래량·매매가상승률 등 여타 다른 지표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지방 새 아파트 분양시장이 당첨만 되면 별다른 ‘위험(리스크)’ 없이 ‘이익(프리미엄)’을 취할 수 있는 시장으로 인식되면서 실물시장인 주택시장의 위험신호가 묻혀버리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따로 노는 청약률과 계약률, 착시 현상 우려=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분양한 지방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21.31대1로 지난해 평균 경쟁률(19.08대1)을 넘어섰다. 올해 3월까지 지방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0대1을 넘지 못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4월 이후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건설사들이 분양물량을 쏟아냄에 따라 지난해 수준을 웃돌게 됐다.

하지만 높은 청약경쟁률에도 건설사들의 초기계약률은 지난해보다 뚝 떨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5대 광역시와 세종시의 초기계약률은 지난해 4·4분기 95.9%에서 올해 1·4분기 82.2%로 13.7%포인트 하락했다. 청약 신청을 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당첨이 되더라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청약경쟁률 이외의 다른 부동산 시장 지표는 모두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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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청약경쟁률이 다소 회복세를 보였던 3월부터 지방 집값 하락세는 오히려 본격화됐다. 실물시장인 매매시장이 침체에 빠지기 시작하자 시중자금이 분양시장으로 몰린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방 주택가격은 2월 마지막 주부터 지난주 말까지 1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이 빠지면서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올 4월 지방 주택거래량은 4만2,846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5만6,776건)보다 15.2% 감소했다. 올해 총 주택거래량도 14만6,229건으로 지난해보다 4분의1가량 줄었다.

계약을 포기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미분양 아파트도 증가하고 있다. 4월 기준 지방 미분양 주택 수는 3만1,471가구로로 전달보다 3%(926가구) 늘었다. 서울·수도권의 미분양 주택 수가 지난해 말보다 20% 이상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투기화되는 지방 주택시장=이처럼 지방 부동산시장이 실제 지표와 청약경쟁률이 따로 노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방 분양시장이 거대한 ‘투기’시장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인데 지방 분양시장은 리스크가 없는 투자시장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아파트 청약을 해 당첨이 되더라도 프리미엄이 붙으면 바로 분양권을 전매하면 되고 웃돈이 없다면 계약을 포기해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청약 1순위 자격이 대폭 완화되고 재당첨 금지 조항 등이 사라지면서 분양시장의 진입장벽을 더욱 낮춰놓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지방 분양시장은 실물시장과는 달리 움직이는 비합리적인 시장으로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지방 주택시장의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최근 1~2년간 공급한 아파트의 입주가 올해부터 본격화되면 실물시장에 대한 압력이 더욱 거세져 분양시장 역시 ‘사상누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준공물량은 52만가구로 최근 5년 평균(39만가구)보다 30% 이상 많으며 이 중 절반이 지방에 집중돼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물론 부산과 같이 개발 호재와 지역 경제가 뒷받침하는 지역은 분양시장과 매매시장 모두 상황이 좋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확언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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