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주식을 사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도박꾼이 경마장에서 마권을 사는 것도 같은 목적이다. 주식 투자를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본다면 도박과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주식에 투자하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들어 간다는 점은 도박과 분명히 다르다.
성공 가능성이 큰 사업에 참여하고 싶은데, 실패의 위험을 혼자 지기는 부담스러울 때 그 회사의 주식을 사면 된다. 보유 지분만큼 위험(리스크)을 떠안게 되지만 사업이 잘 풀리면 성공의 과실을 얻을 수도 있다. 크게 성공한 기업 소유주(오너)의 현재 모습을 모두 부러워하면서도 그가 지난날 겪은 엄청난 도전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한국의 고속 성장기에 정부는 저축을 장려했고 국민의 푼돈을 모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자금을 몰아줬다. 이들은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국민은 약간의 이자를 받았다. 정작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훌륭하게 성장한 대기업의 실질적인 투자자는 외국인이었다. 투자한 외국인은 많은 돈을 벌었다.
은행 예금으로는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가진 기업에 도움을 주기 힘들다. 은행은 기업의 사업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담보의 가치를 따져 자금을 빌려주기 때문이다. 꿈 있는 기업이 돈을 투자받을 수 있는 창구가 바로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직접 연결해 주는 자본시장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인공지능이 펀드매니저의 역할을 대체할 거라는 예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펀드매니저가 온종일 주가 그래프만 쳐다보며 투자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다. 투자를 결정할 때에는 문서에 나타나지 않은 숨은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밝혀내려면 기업을 찾아다니며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것이 펀드매니저의 중요한 일과다. 일반투자자는 이 같은 업무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므로 간접투자인 펀드에 가입하는 편이 낫다고 말하는 것이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수수료가 비교적 낮고 인간보다 각종 정보를 빠르고 객관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문제는 주어진 정보 외에 사업의 창의성이나 기업의 열정을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은 빠져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AI)는 인덱스펀드, 페시브펀드 등의 분야에서는 인간을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저평가된 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며 발굴해야 하는 액티브펀드 운용 쪽에서는 당분간 인간을 뛰어넘기 힘들어 보인다. 물론 언젠가는 이 분야에서도 바둑처럼 AI가 인간을 꺾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