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파라오의 저주’ 주인공 투탕카멘(재위 BC 1361∼BC 1352)의 단검은 우주에서 온 것이었다.
최근 이탈리아 피사 대학과 이집트 박물관 공동연구팀은 투탕카멘 미라 옆에 놓여있던 단검의 칼날을 분석한 결과, 단검이 운석을 가공해 만든 것이라고 발표했다.
투탕카멘은 9살에 왕위에 오른 뒤 18세 어린 나이에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때문에 ‘비운의 소년왕’으로도 불렸다. 1922년 투탕카멘의 무덤이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에 의해 발굴된 이후 수십 여 명의 관련자들이 잇달아 사망하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파라오의 저주’라는 말도 유래됐다.
1925년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는 이집트 룩소르의 ‘왕들의 계곡’에서 3,300여 년 전에 조성된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견했다. 그리고 미라 다리 주변에서 각각 철과 금으로 된 칼날이 있는 단검 2개를 발견했다.
길이 34.2cm의 단검은 3,300여년이 지나도록 녹슬지 않았기에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연구진은 형광 X선 분석장치로 이 단검의 철 성분을 분석한 결과, 단검에서는 철 외에도 순도 높은 니켈과 코발트 성분이 발견됐다. 그 시절 이집트는 청동기 문명이었고, 철광석은 금보다 더 귀했다. 당시 기술로 이런 수준의 합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에 연구팀은 홍해 주변 2,000㎞ 안에서 발견된 운석들을 모두 조사했고, 16년 전 알렉산드리아 근처에서 발견된 ‘카르가’라는 운석과 단검의 성분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13년 이집트 북부 나일 인근에서 발견된 검은 철 구슬 9개에서도 운석 성분이 발견됐었다.
연구진은 “고대 이집트인들은 훌륭한 장식품이나 의례품 생산을 위해 운석 철에 큰 가치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발견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이런 진귀한 철 덩어리가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기원전 13세기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또,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을 가공해 칼날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당시 이집트인들이 높은 수준의 철가공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5월 20일 유성·행성과학저널(The journal Meteoritics and Planetary Science)에 실렸다.
/김인경인턴기자 izzy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