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마음코칭] 貧者 위한 보시도 神을 섬기는 일

정운스님·동국대 선학과 외래교수

공존의 가치 중시한 불교·기독교

결국 종교의 본질은 사람에 있어

주변 어려운 이웃에 선행 베풀고

생각이 다른 상대방도 포용해야

정운 스님.정운 스님.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도는 성자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으며 이들은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그 제자들도 마찬가지였고 당연히 중생들의 공양물(음식이나 기타 필요한 물품)을 받아 생활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의 일이다. 매우 가난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매우 가난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성의껏 부처님과 그 제자들에게 음식(공양)을 올렸다. 어느 날 음식을 준비해서 부처님이 계시는 기원정사 사찰로 발길을 향했다. 그녀는 사찰에 당도하기 전, 개 한 마리가 배고픔에 쓰러져 길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여인은 부처님께 드리려고 하던 음식을 개에게 먹였다. 그리고 빈손으로 부처님을 찾아갔다. 부처님은 그녀의 행동을 다 알고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개에게 보시를 한 것은 나, 부처에게 보시를 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대는 매우 위대한 일을 했다.”

부처님은 하찮은 동물에게 보시한 그 행위를 당신에게 베푼 것보다 더 위대한 행동이라고 칭찬한 것이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이웃종교에도 있다. 톨스토이 단편 작품 속에 담긴 내용을 통해 성경 내용을 소개하려고 한다.

구두 수선하는 주인공 마르틴이 가족을 모두 잃고 실의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성경책을 읽으며 위안을 찾았는데, 어느 날 허공에서 하느님의 말이 들렸다. ‘내일 가게에 찾아갈 테니, 창밖을 보라’는 말이었다. 다음 날은 눈보라가 몰아치고 날씨가 매우 추웠다. 그는 창밖을 통해 하느님을 기다렸으나 하느님은 오지 않았다. 그 대신 하루 종일 헐벗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과 옷가지 등으로 베풀어줬다.

날이 어두워지자 가게 문을 닫고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성경책을 읽는데 어둠 속에서 자신이 낮에 대접했던 가난한 사람들이 나타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르틴, 그대가 오늘 만난 사람들이 바로 나이다. 너는 나를 대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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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주인공이 꿈에서 깨어나 펼쳐져 있는 성경책을 보니 거기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내가 배고플 때에 먹을 것을 줬고, 목마를 때에 마실 것을 줬으며, 나그네를 따뜻하게 맞아들였고, 헐벗었을 때 옷을 줬으니… 내 형제 중에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 극진히 대접한 것이 바로 내게 한 것과 같은 것이다.”

비록 소설 속에서 읽은 성경구절이지만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를 구원해주는 신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내 가난한 이웃이 소중한 것이요, 가난한 이웃에게 베풂은 부처님이나 하느님에게 베푸는 것과 똑같은 이치라고 해석된다.

성경이나 경전에 실린 따스한 내용을 보니 현시대의 모습과 대조가 돼 한숨이 나온다. 인류 역사이래 종교가 다르다고 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중세시대, 종교 전쟁은 시대적으로 인간이 어리석었다고 치더라도 현대는 인권을 존중하는 사상이 널리 인식된 시대다. 그러니 그 종교의 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 숨 쉬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본다.

근래 동남아시아의 몇 국가는 소수민족과의 분쟁이 심상치 않다. 민족 분쟁에서 종교전쟁으로까지 비화됐다. 종교도 그 사람의 신념이요, 인생관이요, 사유 개념이다. 나와 다를 뿐이지 상대방의 인생관과 종교가 틀린 것이 아니다. 마음을 열자. 살아 숨 쉬는 신, 나의 이웃을 소중히 여기자.

정운스님·동국대 선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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