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괴물’은 ‘특허’를 사들여 ‘특허’로 장사를 한다. 특허를 침해했거나 문제가 될 만한 기업을 찾아내 소송을 거는 방식이다. 중립적인 뜻에서 특허관리회사나 ‘엔피이(NPE·Non-practicing Entity)’로 부르기도 한다.
발명자나 특허권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준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곳도 있지만 적지 않은 곳은 터무니없는 수수료나 고액의 합의를 요구하기도 한다.
‘특허괴물’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결국 합리적인 수준이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다.
‘특허괴물’의 공격 문제는 우리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특허괴물’의 소송은 늘어나고 있다.
3일 특허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미국 내에서 ‘특허괴물’이 제기한 소송 건수는 4,093건으로 전년 대비 무려 43.3%나 증가했다.
‘특허괴물’의 소송 건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10년 693건이었던 미국 내 ‘특허괴물’의 소송은 2012년에는 3,231건으로 5배 가까이 불어났고 2013년에는 4,400건에 달했다. 2014년에는 다소 감소했지만 이는 미국 내에서 ‘특허괴물’의 과도한 소송남발에 따른 반대여론 탓에 일시적으로 주춤한 것이다. 예외적인 해였다는 얘기다.
특허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허괴물이 제기한 소송은 2010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특허가 장사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바이오나 화학 같은 분야에서의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전자나 통신만 해도 과거 소송이 많이 이뤄진 탓이다. 바이오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에서 미래산업으로 삼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소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바이오와 화학의 경우 지난해 미국 내 소송 건수는 136건으로 전년 대비 4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전자(31.3%)나 정보통신(60.4%)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 비율이다.
재계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괴물’의 활동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샤오미나 화웨이 같은 중국 후발업체의 성장 속도가 무서운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특허를 특허관리회사에 넘기는 기존 업체들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특허괴물’은 기존 제조업체나 통신사에서도 특허를 사들여 이를 무기로 다른 기업을 압박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은 앞으로도 계속 ‘특허괴물’의 공격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갈수록 기술이 복잡해지고 융복합이 나타나고 있어 그 틈새를 노린 ‘특허괴물’의 활동반경은 더 넓어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만 해도 삼성 같은 곳에 딴지를 거는 해외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전자 분야뿐만 아니라 바이오를 비롯해 기존 제조업체까지 ‘특허괴물’의 공격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