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스포츠 분야에서는 법리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많았던 사안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골프에서 카트를 타는 일이 문제가 됐다. 프로골프 경기에서 모든 선수들은 반드시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신체에 장애가 있어 걷는 게 어려운 경우 카트 탑승 허용이 과연 골프라는 스포츠의 본질에 맞는가 하는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카트를 타게 하는 것이 헌법상 형평의 원칙에 의해 인정되는 것인가. 골프의 본질적인 요소를 훼손하기 때문에 비록 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불허할 것인가. 이에 대한 논쟁은 실제로 법정 분쟁이 돼 미국 연방대법원이 걷는 것 자체가 골프의 본질적인 요소라고 보기는 어려워 허리에 장애가 있는 선수에 대해 형평의 원칙에 따라 카트 이동 허용이 헌법에 부합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는 높이뛰기에서 찾을 수 있다. 종전의 모든 선수들은 폴대를 정면으로 넘어왔는데 어떤 선수가 등 부분부터 넘는다면 이를 허용할 것인가. 이는 실제로 문제가 됐던 사안이다. 결론은 높이뛰기에서 몸의 앞쪽으로 넘든 배면으로 넘든 이는 방법의 문제이고 높이뛰기라는 운동의 본질적인 요소를 침해하는 행위가 결코 아니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지금은 높이뛰기에서 배면뛰기가 보편화됐다. 하지만 훗날 새로운 도전자나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등이 어떤 새로운 방법으로 넘을 것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새로운 시도를 창조적인 혁신으로 봐서 허용할 것인지, 경기 본질의 훼손으로 간주해 금지할 것인지에 관한 판단에는 철학적이고 인문적인 사고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최근 골프에서는 ‘앵커링(anchoring)’을 금지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롱 퍼터 등 클럽의 일부를 신체에 고정한 채 플레이하는 것을 막는 것인데 이 부분 역시 과연 골프의 본질적인 스윙에 반하는 것인지에 관해 다소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퍼팅 방법에 있어서 목표 방향을 정면으로 향해 서서 스트로크를 하는 방법은 금지하고 있다. 이런 금지 조항들은 과연 어떤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정당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문제 인식에 귀결된다.
스포츠 경기에서 기본법규정이나 규칙의 합리성과 정당성은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규정이 합리적이어야 경기가 더욱 의미 있고 선수와 관중이 진정한 묘미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우리나라도 이제 스포츠 경기의 규칙에 대해 보다 근원적이고 법철학적으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법무법인양헌 온라인 리걸센터 대표·KAIST 겸직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