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친노계 좌장 이해찬 전 총리의 ‘뉴욕 회동’이 불발됐다. 이번 회동을 두고 대권 도전을 시사한 반 총장이 소원해진 친노 진영과의 관계복원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양측이 감정만 상한 모양새다.
반 총장과 이 전 총리의 회동이 불발된 것은 면담의 언론 공개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 측은 “이 전 총리와의 면담을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반 총장 측이) 알려와 당초 비공개로 차 한 잔 하기로 한 만남의 성격이 변화돼 최종적으로 면담을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관계자도 “면담은 취소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양측은 만남이 불발되자 회동을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회동은 당초 반 총장이 뉴욕을 방문하는 이 전 총리에게 “차 한 잔 하자”고 요청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한국 측(이 전 총리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박했다. 이에 이 전 총리 측은 “저 쪽(반 총장 측)에서 사실과 다르게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데 뭐하러 만나겠나. 차라리 만나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얼굴을 붉혔다.
친노계에서는 반 총장이 이번 회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들었다면서 경계심을 보였다. 당내 한 핵심 친노 인사는 “이 전 총리 입장에서는 참여정부가 만들어준 유엔 사무총장이 만나자고 하니 거절할 수 없었을 텐데, 순수한 만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면 만날 이유가 없다.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