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들러리'만 섰다며 책임 회피한 홍기택 前 산업은행장

홍기택 전 KDB금융그룹 회장겸 산업은행장이 지난해 10월의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지원과 관련해 “청와대·기획재정부·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로 애당초 시장원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으며 산은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말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서 베이징에 있는 그가 8일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홍 행장은 당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으로부터 정부 결정사항을 일방적으로 전달받았다고도 했다.


비록 산은이 주채권은행이라 해도 구조조정의 주요 결정이 산은 단독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공개된 비밀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홍 전 행장의 이 인터뷰를 바람직한 내부고발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그의 책임회피에 가까운 처신 때문이다. 대우조선 방치의 부작용을 걱정한 정부 측의 요청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동성 지원의 주체는 산은이며 최종 결정자도 홍 전 행장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과오는 감추고 모든 책임을 정부 쪽으로만 돌리는 것은 올바른 순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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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행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학 동문인데다 본인 얘기대로 ‘경제교사’였던 인연으로 정권 초기 인수위원까지 지낸 인물이다. 낙하산 비판을 의식했다면 애초부터 국책은행인 산은 행장직을 수락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재임기간 중 아무 불평 없이 행장직을 수행해왔다. 홍 전 행장은 자기 무능부터 고백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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