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음 절차도 이현령비현령이다. 재량권을 남용해 법에도 없는 ‘현실적 부담능력’ ‘시장여건’ 등을 감액사유로 정해 과징금을 마구 깎아줬다. 이렇게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 과징금을 깎아주다 보니 같은 조건인데도 사업자마다 다른 감액 기준을 적용하거나 이미 참작한 감경사유를 조정과정에서 중복 적용한 경우도 많았다.
공정위는 그동안 과징금 부과에 불복한 사업자와의 소송에서 번번이 패소했다. 공정위가 패소 등의 이유로 사업자에 돌려준 과징금 환급금이 최근 3년 새 10배 이상 급증했다. 과징금을 법에 근거하지 않고 제멋대로 산정하고 깎아주니 패소하는 게 당연하다. 이번 감사 결과를 보면 공정위는 사업자에 엄포를 놓은 뒤 사정을 들어주는 척하며 금액을 깎아줬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깎아줄 때마다 사업자는 고마워했을 것이다. 사업자의 로비가 의심스러워지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로비 여부를 캐지 않은 이번 감사원 감사는 핵심을 비켜갔다.
공정위는 지난해 과징금 부과와 관련한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사건처리 절차 개혁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감사 결과를 보면 바뀐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이러고도 사업자, 나아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