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당황하고 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인명피해 사건과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등에 이어 그룹 비자금 수사까지 시작되면서 핵심 임원은 물론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까지 수사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 소속 검사와 수사관 약 30명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24~26층 정책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26층은 신동빈 회장과 이인원 부회장 등의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검찰은 롯데그룹 임직원들이 제2롯데월드 건축 등 과정에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시점에서는 특별한 공식 입장을 내놓을 수 없으며 수사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이번 비자금 수사의 칼끝이 신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로 향할 수 있다고 보고 수사 진행 방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등도 전격 압수수색한 바 있다.
롯데그룹 핵심임원들 역시 줄줄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04~2007년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한 현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에게 안전성 검증에 소홀한 책임(업무상 과실치사)을 물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이르면 이날 구속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노 대표는 신 회장이 어려운 일을 믿고 맡기는 핵심 측근으로 통한다.
향후 롯데그룹의 사업 재편에도 이번 검찰 수사가 결정적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월말로 예정된 호텔롯데의 상장과 잠실롯데면세점 재승인(11월) 등 그룹 핵심 비즈니스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최대 수혜를 입었던 롯데그룹에 대한 사정(司正)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동빈 회장 등 그룹 수뇌부로 수사가 확대될 경우 사실상 경영 전반이 올스톱 될 수 있는 최대 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