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디젤 자동차가 지목되면서 디젤차를 판매하지 않는 수입차 브랜드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를 주 무기로 하는 도요타, 혼다, 렉서스, 캐딜락, 링컨 등이 약진하는 모습이다. 디젤 신차를 앞세워 판매를 적극적으로 확대해가던 유럽 수입차 브랜드들은 달라진 판매 환경에 따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혼다·도요타·캐딜락, 이유 있는 약진=지난달 수입차 시장에서는 혼다코리아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5월 판매량은 756대로 전년(362대)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혼다의 월 판매량이 700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12월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5월 판매량 기준으로는 2008년 5월 이후 가장 많았다. 디젤차를 판매하지 않는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월 판매가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혼다코리아의 약진에는 디젤 게이트 이후 가솔린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것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혼다 코리아 관계자는 “디젤 게이트 여파로 가솔린 세단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상품성이 뛰어난 어코드에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혼다 코리아의 중형 가솔린 세단 ‘어코드’가 판매량은 총 1,376대로 지난해보다 25%가량 급증했다. 가솔린 SUV 라인 역시 관심을 끌고 있다. 대형 SUV ‘파일럿’은 81대로 인기 차종으로 등극하고 있다.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의 대명사 도요타와 렉서스 역시 인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도요타의 5월 판매량은 704대로 25.7% 늘었다. 렉서스는 판매량이 6% 정도 늘었지만, 인기 차종은 모두 하이브리드였다. 준중형 하이브리드 SUV인 NX300h의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2배로 늘었고 대형 SUV인 RX450h 역시 5배 이상 판매가 증가했다.
미국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캐딜락 역시 판매가 30% 늘었다. 캐딜락은 국내에서 디젤 모델을 판매하지 않는다. 차종 별로는 중형 세단 CTS 2.0(AWD 포함)의 판매량이 총 75대로 70%가량 증가했다. 이밖에 포드의 럭셔리 브랜드 링컨 판매량 역시 6%가량 증가했다. 링컨도 가솔린 차량만 판매 중이다.
◇디젤 신차 출시 어려움에 브랜드들도 고심=업계에서는 수입차 시장에서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젤차에 대한 정부의 연비 및 배출가스 검증 과정이 더욱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디젤 모델이 주력이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신차 출시가 지연되면서 판매 확대 전략에 대해 고민에 들어간 모습이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차의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은 5.15%로 지난해(4.01%) 대비 1%포인트가량 늘었다. 월평균 판매량 역시 961대로 지금의 추세대로 라면 수입차 처음으로 연 1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가솔린 비중 역시 올해 5월까지 28%로 지난해(26.9%)보다 증가했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를 무기로 한 일본과 미국 브랜드의 판매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디젤 소형 SUV를 무기로 연 판매량을 2배 이상 늘린 푸조는 올해 들어 월평균 판매량이 303대로 지난해(583대) 대비 52%가량 급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젤게이트 여파로 시간이 흐를수록 디젤 신모델을 들여오지 못하는 유럽 브랜드들의 어려움이 당분간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