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주인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바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출발점은 빅데이터 분석입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14일 서울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경 포춘 라운드테이블’ 강연에서 “검색하고 클릭하는 스마트 신인류에게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모두 소멸할 수밖에 없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파악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생각은 사회적 교류와 복제로 형성된다”는 리처드 도킨스의 ‘밈 이론’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사용으로 생각을 만드는 경로가 바뀌면서 인류의 진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간의 뇌활동이 30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과거 5만~6만 년 걸린 진화가 불과 5년 만에 이뤄지는 초연결 사회를 맞아 새로 등장한 인류를 스마트 신인류로 명명했다.
최 교수는 스마트 신인류의 특징으로 △항상 인터넷에 연결돼 있어야 하고 △모든 정보를 빠르게 얻기를 바라며 △즉각 카피해 전파하기를 원하고 △다른 이들에게 자랑하기를 즐겨 하는 점을 꼽았다. 늘 재미를 추구하고 함께 공감하며 나누기를 좋아하는 스마트 신인류의 등장으로 글로벌 시장도 온라인 시장의 영향력 증가와 시장 세분화 등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한때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와 모토로라, 게임기의 대명사였던 닌텐도, TV 시장의 맹주였던 소니와 파나소닉이 몰락한 것이 스마트 신인류가 가져온 시장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2004년만 해도 구글 검색 순위에서 소니가 삼성의 3배가 넘었지만 10년 만에 반대가 됐다”면서 “삼성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거대한 혁명의 물결에 올라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초연결 사회에서 ‘재미’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게임 해설을 하면서 한 해에 1,2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퓨디파이의 사례처럼 모든 사람이 미디어가 될 수 있으며 기업들도 재미와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와 적극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직원이 120명에 불과한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이 ‘클래시 오브 클랜’ 등으로 지난해 2조8,000억원의 매출과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면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은 재미와 즐거움을 서로 공유하는 초연결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K팝’과 한류 드라마를 아시아 소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최고의 플랫폼으로 평가하면서 이러한 문화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 행동·성향을 잘 분석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온 입생로랑 립스틱이 대박을 터뜨린 사례를 예로 들면서 “평소 하루 2,000개가 팔리던 립스틱이 1억개 팔릴 수 있었던 것은 입생로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소비자 검색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지역별로 잘 배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물인터넷(IoT) 등의 신기술이 플랫폼 성장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도 소비자 중심의 플랫폼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초연결 사회에서 기업은 소비 트렌드를 ‘관찰(watch)’해야지 ‘주도(lead)’하기는 어렵다”면서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간이 여전히 중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스마트 신인류의 성향을 디테일하게 파악해야 비즈니스에서도 ‘앵프라맹스(아주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