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서초역 사이 강남대로변에 들어서면 롯데칠성음료 음료물류센터 부지가 눈에 띈다. 인근 삼성타운(2만4,000㎡)의 1.5배가 넘는 이 부지는 서울 강남권의 마지막 금싸라기땅으로 손꼽힌다. 동시에 국내 재계 최고의 ‘땅 부자’로 소문난 롯데그룹의 면모를 과시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롯데가 전국 곳곳에 소유하고 있는 방대한 규모의 부동산이 최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전방위로 수사 중인 검찰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핵심 통로로 부동산을 정조준하면서다.
14일 기업조사매체인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 기준 롯데가 보유한 부동산은 총 10조7,000억원 규모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하며 소유 부동산 규모를 24조2,000억원으로 키운 현대자동차와 대규모 공장을 보유한 삼성그룹의 14조1,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러나 재계는 주요 계열사가 비상장사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롯데가 현대차와 삼성이 보유한 부동산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실제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부지 소유권의 75%를 가진 롯데물산과 8조원대 부동산을 보유한 호텔롯데는 비상장사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한국에 진출할 당시부터 서울 중구 소공동, 영등포, 잠실로를 비롯한 알짜 부동산을 속속 사들였다.
정확한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롯데가 보유한 부동산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본에서 껌 사업을 시작하던 1940년대부터 부동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도쿄 신주쿠에 있는 일본 롯데 본사 부지는 지금도 일본 최고의 땅값을 자랑한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롯데 계열사가 총수 일가 소유 부동산을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품고 있다. 일부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롯데쇼핑은 신격호 총괄회장 소유로 알려진 경기도 오산의 부지 10만여㎡를 당초 7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가 1,000억원이 넘는 가격에 매입했다. 또 호텔롯데는 2013년 롯데건설·롯데케미칼·롯데칠성음료·롯데닷컴·코리아세븐 등 계열사가 보유한 부여리조트 부지를 매입하면서 거래액을 조작, 총수 일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러한 과정에 롯데 총수 일가의 입김이 미쳤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롯데 측은 제주와 부여 리조트 헐값인수 논란에 대해 “(부지) 가격을 임의로 정한 게 아니라 부동산평가법인의 평가를 거쳐 적법하게 인수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