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공기업 민간개방 확대 구두선 그쳐선 안된다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대수술에 돌입한다. 한국전력이 독점하던 소매 분야 전력 판매를 55년 만에 민간에 허용하고 가스 시장에도 민간 직수입 제도를 활성화해 경쟁구도를 조성한 뒤 가스공사를 민간에 순차 개방한다는 게 골자다. 한전 발전자회사 5곳을 포함한 8개 공기업 상장도 추진된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역시 병행된다. 석탄공사는 폐광 등 단계적 감산과 인력감축에 돌입하고 해외 자원개발에 앞장섰던 공기업들도 핵심자산만 남기고 나머지는 통폐합된다. 방만·부실경영으로 멍든 공기업을 전면 개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과연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공기업과 공공기관 개혁은 20년 넘게 우리 경제를 괴롭혀온 해묵은 과제 중 하나다. 김영삼 정부 때는 53개 공기업 민영화 및 10곳 통폐합이 추진됐고 이명박 정부 때도 비슷한 구조조정 계획이 다뤄진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성과로 연결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1999년 한전과 5개 발전자회사의 민영화 계획을 담은 발전산업 구조개편이 만들어졌지만 흐지부지 사라져버렸고 2012년에도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와 석탄공사 등의 합병과 가스산업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 역시 실현되지 못했다. 번번이 노조와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 막힌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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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오히려 더 힘들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는 거대 야당이 버티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기업 구조조정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에너지 분야의 일부 민간 이양에 따른 가격 인상 우려도 존재한다. 게다가 내년에는 대선 이벤트까지 도사리고 있다. 지금이 공기업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 없이는 결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여건이다. 공공기관 기능 조정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 10년 가까이 진행될 장기 프로젝트다. 내년에는 정책금융과 산업진흥, 보건·의료를 대상으로 3차 기능조정도 대기하고 있다.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공기관 효율화는 30년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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