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울산·전라북도 등 조선소가 위치한 지역의 실업률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발(發) 실업대란이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 부진으로 청년실업률도 4개월 연속 사상 최악의 기록을 이어갔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양대 조선소가 있는 경남의 지난 5월 실업률은 3.7%로 지난해에 비해 1.2%포인트 상승했다. 5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상승폭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5월(1.3%포인트)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의 실업률도 3.3%로 지난해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5월 기준으로 2011년(3.4%)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역시 현대중공업이 있는 전북의 실업률은 2.4%로 1년 사이 0.6%포인트 상승했다. 역대 5월 기록과 비교하면 2006년(2.6%)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였다.
청년실업률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9.7%로 지난해에 비해 0.4%포인트 상승했다. 연도별 5월 수치를 보면 비교 가능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실업률은 2월부터 4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동월 기준) 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6월 서울시와 지방직 공무원시험이 있어 청년실업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취업이 안 되다 보니 공무원시험 학원 등에 다니는 취업준비생도 빠르게 불고 있다. 지난달 취업준비생은 65만1,000명으로 1년 새 4만2,000명(6.9%) 불어났다.
조선업 구조조정에 수출 부진까지 겹치며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 증가폭도 둔화하고 있다. 5월 제조업 종사자 수는 451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폭은 지난해 11월(19만명)부터 올해 3월까지 10만명대를 유지했으나 4월 4만8,000명으로 주저앉더니 5월에도 뚜렷한 반등을 보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내년부터 모든 기업이 정년 연장(60세까지)을 의무화해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이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업에 이어 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등의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출 부진, 구조조정 본격화로 고용 위축 영향이 우려된다”며 “하반기 경기 보완 등을 통해 하방 위험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