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의 주 관심사인 지방재정 개혁과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결국 ‘정치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역 현안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귀결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당사자들이 갈등을 풀지 못하는 미성숙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한계를 드러내 보이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의원 6명은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을 만나 “지방재정개혁안의 졸속 추진을 중단하고 소관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의원들은 이어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에 반대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0일째 단식농성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지방문했다. 이 시장은 행자부의 지방재정개편안이 시행되면 경기도 6개 불교부단체의 예산 8,000억원이 줄어 지방자치가 파탄 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시장의 단식과 관련해 야권 인사들이 틈틈이 지지방문을 했으나 이날 해당 상임위 야당 의원들이 대거 행자부와 이 시장을 찾으면서 결국 지방재정 개혁의 당사자들인 경기도 6개(수원·화성·용인·성남·고양·과천)시가 경기도와 행자부의 손에서 벗어나 국회로 빨려가는 모양새가 됐다. 그동안 지방재정 개혁 문제의 정치 이슈화를 시도했던 이 시장의 의도가 먹혀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이 시장은 이날 야당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당에서 노력해주신다니 단식 중단을 숙고해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이 시장은 단식 이후 대선 후보로서의 지지도가 7.4%까지 치솟아 박원순 서울시장을 앞지르며 야권 대선주자 선호도 3위로 올라섰다. 이 시장으로서는 ‘단식=표’라는 정치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재정 개혁의 경우 전체 지방재정에 대한 탄압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일부 잘사는 지방자치단체들에 대한 문제로 국한해볼 필요가 있다”며 “지방재정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 이슈로 부각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오는 24일께 발표될 영남권 신공항 유치 문제도 지역 현안을 넘어 정무적 차원의 해결을 보려는 시도가 노골화하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서 시장은 타당성 조사 용역의 평가항목에서 고정 장애물이 고의로 빠지면서 드러난 불공정한 용역의 시정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의 경우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두 후보지를 놓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미 부산(PK)과 대구경북(TK)으로 나뉘어 공항 선정의 경제적 타당성이나 국가적 차원의 발전을 떠나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른 ‘정무적 판단’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안성호 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대전대 교수)은 “지방재정 개혁과 신공항 문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중앙 의존적인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사안들이 정치적 문제로 귀결되면 결과에 따라 당사자들 간의 앙금이 커질 수밖에 없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