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를 자동화해 컴퓨터에 맡기고 사무실에서 ‘놀던’ 사실이 6년 만에 발각돼 해고된 프로그래머가 실리콘밸리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그룹 블로그 사이트 보잉보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한 사용자가 ‘경력 질문’ 게시판에 “6년 만에 결국 해고됐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레딧 아이디가 ‘FiletOfFish1066’인 이 사용자는 자신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유명한 베이 지역(샌프란시스코와 근교 실리콘밸리 등을 합한 샌프란시스코 광역권) 기술 업체에 7년 전 취직했다”고 썼다.
그는 다른 개발자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테스트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업무를 모두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짜서 컴퓨터에 맡겼다.
덕분에 입사 8개월 후부터는 꼬박꼬박 회사에 출근해 자리를 지키며 주당 40시간을 근무했으나 실제로 일은 하지 않고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거나 레딧에 올라온 글을 보는 등 유유자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는 “사실상 일을 하나도 안 했지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테스트가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직장에 친구가 없어서 내 상사와 가끔 내가 테스트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자들 외에는 내게 말을 거는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래머는 “최근 6년간 진짜로 일을 한 시간은 50시간쯤 되는 것 같다”며 이 기간에 받은 평균 연봉이 9만5천 달러(1억1천200만원)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까지 저축한 돈 20만 달러(2억3천600만원)가 있기 때문에 당장 생활이 어렵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6년간 컴퓨터에 모든 일을 맡겨 놓는 바람에 프로그램을 짜는 법을 깡그리 잊어버렸기 때문에 ‘코딩인터뷰 완전 분석’(면접 시험을 준비하는 프로그래머들이 즐겨 보는 유명한 책·원제 Cracking the Coding Interview)과 자료구조론과 알고리즘 책을 다시 봐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 레딧 사용자는 보잉보잉과 일부 테크 매체의 보도에 이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사연이 널리 알려지자 올렸던 게시물과 본인 계정을 삭제했다.
/김인경인턴기자 izzy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