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구조에 대한 개헌과 함께 오랫동안 정치권의 문제로 꼽혀온 선거구제 개편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낡은 ‘87년 체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 구조 개헌이라면 ‘양당 체제’를 손보는 것이 선거구제 개편이다. 실제 국민이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지지를 보낸 결과 양당 체제가 깨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선거구제 개편은 현재 한 지역구에서 최다 득표자 한 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에서 득표수에 따라 2~3명이 당선되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소선거구제보다 사표(死票)를 줄일 수 있고 소수 정당이 국회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또 양당제가 아닌 다당제로 바뀌어 국회 운영 방식 자체가 변화할 수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거대 양당에 집중된 권력이 여러 당으로 분산되는 만큼 여당보다는 야당이, 소수당일수록 유리하다.
권력 구조와 선거구제 동시 개편은 야당일수록, 소수당일수록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가 지난 19일 여야 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의 경우 개헌을 희망하는 의원(97명) 가운데 43명(44.3%)만 동시 개정을 찬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헌에 찬성한 106명의 의원 가운데 82명(77.4%)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각각 응답자의 80%, 100%가 찬성했다.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정치인은 원혜영 더민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다. 원 의원은 17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개헌의 전제로 선거구제 개편이 꼭 논의돼야 한다”며 “개헌 논의는 승자독식구조, 제왕적 대통령제를 깨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 지사는 16일 한 라디오에서 “지금 정치권에서 올해와 내년 초에 얘기해 빨리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은 선거구제 개편”이라며 “양당제는 안 되겠다는 민의를 받들어 중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대표적인 중·대선거구제 개편 찬성론자다. 안 대표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시절 중선거구제를 공식적으로 제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중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