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도둑 잡기

은행들이 생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가짜 고객들을 찾아내고 있다.



무언가 이상했다. 은행 내부를 지켜보던 보안전문가들은 어딘가 수상한 점이 있다고 느꼈다. 미국 동부 항구도시의 은행 지점에 설치된 센서가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 계좌를 개설하러 들어온 신규 고객들로부터 부자연스러운 심장 박동수와 체온을 감지한 것이었다.

분명 무언가 잘못됐다. 이 ‘고객들’은 며칠 전 유럽에서 화물선을 타고 밀입국했다. 그리고 한 범죄 집단이 이들을 앞세워 금융사기를 저지르려 했다. 하지만 은행에 설치된 생체 인식 센서 덕분에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수상한 패턴을 감지할 수 있었고, 결국 이들의 계략은 들통이 났다.


작년에 일어난 이 사건은 금융 서비스 업계가 날로 정교해지는 범죄를 저지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다양한 방식의 생체 인식 기술 중 대표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다. 지문과 홍채 인식을 넘어선 이 새로운 방식의 센서를 활용하면,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근거리에서 체온이나 혈액 순환 등의 생체 반응을 측정할 수 있다.

대형 금융기관들이 보안 위협을 감지하고 ‘고객 파악 제도(Know Your Customer)’를 준수하도록 돕는 금융 솔루션업체 캡코 Capco의 사장 바나바스 질라기 Barnabas Szilagyi는 “사람들의 심장 박동 수는 모두 다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생체 인식 기술로 혈관 흐름이나 혈압, 체온 등을 감지하면, 측정 대상의 신원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생체 인식 신기술은 현재 시험 단계에 있다. 그러나 캡코에 따르면, 신기술은 소매 금융업을 넘어 다른 분야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증권 거래 담당자들은 센서를 활용해 거래자의 심장 박동수와 체온을 감지할 수 있다. 거래가 성사되기 직전, 거래자의 수상한 생체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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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인식 도구에선 센서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기술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건 분석 소프트웨어이다. 미국 동부 지역의 사기 사건에서도, 매달 같은 시기에 수상한 계좌 개설 관련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급증한다는 사실이 캡코의 기술을 통해 처음 감지된 바 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지역 해상 기록과 대조해 그 ‘고객들’이 매달 유럽의 한 소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선박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런 기록들은 은행이 수상한 패턴을 감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수백 가지 외부 데이터 중 하나에 불과하다. 사용 가능한 다른 데이터에는 불법 현금인출기 거래와 마사지 업소 내 신용카드 사용 등도 들어 있다. 이 둘은 모두 가짜 은행 고객들이 도시로 들어왔을 때 급증했던 거래 종류다.

음성인식과 같은 기존 기술들의 발전도 사기 퇴치에 일조하고 있다. 음성은 기존 사기범들이 재범을 저지르려 할 때, 그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독특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금융업계는 현재까지 6만 개가 넘는 음성을 감시 대상 명단에 올려 놓았다. 이는 생체 분석이 금융회사에겐 ’확실한 보증수표‘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서울경제 포춭코리아 편집부/By Je John Roberts

By Je John Robe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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