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4분기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D램 매출은 39억7,200만달러(약 4조6,100억원)로 전 분기(47억6,200만달러)보다 16.6%나 줄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D램 매출이 19.2%나 급감한 23억1,700만달러에 그쳤다. 지난 2014년 말부터 계속돼온 D램 가격 하락 탓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에 따른 D램 값하락은 두 회사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수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랬던 D램 가격 하락세가 마침내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던 D램 가격이 상승 반전하면서 반도체 시장이 변곡점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애플의 신형 아이폰 출시와 중국의 스마트폰 생산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폰6의 판매 부진 여파에 허덕이던 국내 반도체 사업이 새로운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셈이다.
20일 반도체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D램익스체인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D램 제품인 ‘DDR3 512x8 칩’의 이달 6일 기준 현물가격이 하락에서 상승으로 반전했다.
D램익스체인지 측은 “현물가격은 오는 3·4분기 D램 계약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3·4분기에는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체는 거래처와 고정된 가격으로 1년 이상 장기 납품계약을 맺는데 현물가격이 오르면 계약가격도 상승세를 띠게 된다. 현물가격의 상승세가 D램 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셈이다.
D램익스체인지도 현물가격의 상승세가 D램 평균판매단가(ASP)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5월 기준 DDR4의 평균판매단가는 1.31달러, DDR3는 1.25달러로 각각 최저점을 찍었다. 앞으로는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3·4분기부터 D램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D램 판매가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삼성과 하이닉스의 매출도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D램 가격의 회복은 애플의 신형 아이폰과 중국의 스마트폰 생산 증가, PC 생산량 증가가 원인이다. 업계에서는 애플 ‘아이폰7·7플러스’가 램 용량을 늘리면서 모바일 D램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의 투자 축소도 향후 D램 가격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투자자들에게 올해 D램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경기 화성 17라인의 2단계 투자를 3D 낸드플래시 생산용으로 결정했다. 중장기적으로 D램 시장이 좋지 않을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갖고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도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2·4분기부터 급격한 하락을 멈추고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게 D램익스체인지의 분석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포럼(Compuforum)에서 낸드플래시 가격이 아이폰 수요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수요 등에 힘입어 하반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SSD 가격이 떨어지면서 하드(HDD) 대체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중국 산시성 시안 변전소 폭발 사고도 낸드플래시 가격에는 호재면 호재지 악재는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 변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있었고 이 때문에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삼성 시안 반도체 공장 가동이 한때 중단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형 아이폰이 낸드플래시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낸드플래시 가격도 점차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