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개헌, 정치권 당리·당략 아닌 국민 바라보고 추진해야

20대 국회 출범과 함께 헌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불붙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13일 국회 개원사에서 “개헌은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필요성을 제기한 후 개헌론이 정치 공론(公論)으로 부상하고 있다. 핵심은 ‘6월 항쟁’의 산물인 이른바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한 만큼 개헌을 통해 새로운 국가 권력구조 개편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여야 각 당의 지도부는 물론 대선주자급 인사들까지 이에 공감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개헌론은 내년 대선정국까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정치 논쟁 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헌론이 최근 부상하게 된 큰 이유는 1987년 개헌 이후 6명의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드러났던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5년 단위로 대통령이 바뀌어야 하는 현행 권력구조로는 정부 정책의 연속성은 물론 정책 추진력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이 개헌론의 근본적인 문제 제기다. 국가의 주요 정책이 5년 단위로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고 대통령 임기 종료가 가까워질수록 국정 장악력이 급속히 쇠퇴하는 레임덕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것이 최근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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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개헌은 필요성 못지않게 논의를 시작하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부작용도 함께 안고 있다. 개헌론은 속성상 모든 사회적 논의를 삼켜버리는 ‘블랙홀’처럼 작동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대부분 역대 정권들은 개헌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실제 개헌을 추진하지 못하는 ‘개헌 논의의 딜레마’에 빠져 이도 저도 못하는 상태로 임기를 마치기도 했다. 개헌 공론화 과정에서 국정의 주요 현안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국정 마비 상태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본격적인 개헌논의에 앞서 개헌의 목적과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 국회의장이 개헌 논의를 꺼내면서 “개헌의 기준과 주체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며 목표는 국민통합과 더 큰 대한민국”이라고 밝힌 방향 제시는 되새겨볼 만하다. 또 개헌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모든 개헌논의는 그 출발이 된 5년 단임제의 폐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비록 사회 일각에서이기는 하나 여야는 개헌논의를 ‘의회권력’ 강화를 꾀하기 위한 꼼수 정도로 바라보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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