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사라진 ‘별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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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에 추억(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의 한 구절이다. 식민지의 비극 속에서 꿋꿋이 저항하다가 삶을 마감한 젊은 시인의 시처럼 별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추억이고 희망이다.


불행한 천재의 표본인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에 별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중 대표작인 ‘별이 빛나는 밤’은 반강제로 정신병원에 격리돼 그린 작품이다. 다행히 의사로부터 허락을 받아 병원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그는 “별을 보면 항상 꿈을 꾼다”고 말했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테라스’ 등도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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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FM라디오 음악방송 ‘별이 빛나는 밤에’는 추억 그 자체다. 많은 이들이 1969년 3월 첫 방송을 타기 시작해 지금까지 47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이 방송과 젊음을 같이 했다. ‘별밤지기’로 불리는 진행자는 ‘밤의 교육부 장관’이라 불릴 정도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도시의 불빛이 화려해지면서 별을 보며 추억을 찾는다는 게 생뚱맞은 낭만이 되고 말았다. 인공조명에 의한 빛도 공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작정 밤하늘을 밝힌 탓이다.

최근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빛 공해’가 심한 나라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제 연구팀이 지구관측 위성으로 찍은 사진을 토대로 세계 빛 공해 실태를 분석한 결과다. 전체 인구에서 빛 공해에 노출된 인구 비율이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다. 전 국토에서 빛 공해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89.4%로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인구의 80%도 깨끗한 밤하늘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빛이 주는 혜택에 취해 우리 마음에서 별을 지워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용택 논설위원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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