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사장은 20일 열린 ‘삼성 인베스터스 포럼 2016’을 통해 ‘퀀텀닷 소재와 디바이스의 발전’을 주제로 강연하며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는 QLED 디스플레이를 실제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그간 액정표시장치(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이후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QLED를 점찍고 종기원을 통해 기초연구에 몰두해왔다. 상용화될 QLED 제품을 위한 로드맵은 이번에 처음 만든 것이다.
IoT에서는 반도체 모듈인 아틱과 아틱을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소개됐다. 소병세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삼성전략혁신센터 기술전략팀장(부사장)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메모리, 센서 등으로 구성된 초소형 IoT 모듈인 ‘아틱 모듈’과 ‘아틱 클라우드’를 통해 IoT 생태계를 공략하겠다”면서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1억개 이상의 기기에 아틱을 연결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을 통해 소개된 QLED와 아틱은 신성장동력을 요구하는 시장에 대한 삼성의 대답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이후 반기마다 인베스터스 포럼을 개최하고 삼성전자가 앞으로 주력할 가능성이 높은 신기술·신제품을 상세히 소개해왔다. 앞서 삼성전자는 14~16일(현지시간) NH투자증권 주최로 열린 미국 투자자 미팅에서는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스마트폰 실적 등 기존 주력 사업 현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발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일본을 물리치고 연매출 200조원이 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1988년 세계 최초의 LCD TV는 일본 샤프가 만들었지만 2016년 현재 세계 1위 LCD TV 업체는 삼성전자다. 애플은 2007년 스마트폰을 처음 만들었지만 올해 1·4분기 기준 점유율 1위는 역시 삼성전자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성장성이 유망한 분야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선두였던 기업들을 위협할 수 있었다”며 “후발주자가 갖는 태생적 한계를 전략적으로 극복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인도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삼성전자는 더 이상 발 빠른 추격자 전략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주요 백색가전·TV·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례차례 내주면서 삼성전자는 2020년 약속했던 연매출 400조원은커녕 올해 200조원 유지에도 빠듯한 처지가 된 것이다. 실적을 뒷받침하던 반도체마저 시장의 수요 부진에 직면하며 관련 업계는 삼성의 미래를 한층 우려스러운 눈길로 보던 상황이다.
이날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첨단소재·SW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삼성만의 전략인 ‘규모의 경제’도 공개했다. 세계 1위 스마트폰·반도체 생산 기업의 위상을 앞세워 인텔 등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 부사장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삼성처럼 자신만의 IoT 모듈·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삼성은 오랫동안 가전·반도체 분야에서 다져온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수 있다”며 “스마트홈에서 시작해 건물·운송수단·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빠른 속도로 생태계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는 신성장동력의 빠른 성공을 위해 폐쇄적인 기업문화를 바꿔 글로벌 협력을 바탕으로 한 개방적 문화를 앞세우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개발자들과의 협력 없이는 첨단 신산업에서 승기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체 기술에 의존하던 방식을 바꿔 인수합병(M&A)과 개방형 플랫폼을 적극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15일(현지시간) 인수한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 조이언트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도 모바일 결제회사인 ‘루프페이(현 삼성페이)’, 스마트홈 서비스 기업인 ‘스마트싱스(현 삼성스마트싱스)’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M&A를 다각도로 확대하고 있다.
/이종혁·김현진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