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은행들, 이번엔 '딜라이브 충당금 폭탄'에 떤다

KCI 내달말 2.2조 대출 만기

이달까지 채무재조정 불발 땐

'인수금융' 신한·KEB하나 등

은행권서 2,500억 적립해야

"조선·해운 파고 잘 넘었는데

엉뚱한 곳에서 발목 잡힌 꼴"



조선·해운 구조조정 파고에서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시중은행들이 ‘딜라이브 인수금융 부실’이라는 유탄을 맞아 충당금 폭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딜라이브(옛 씨앤앰)의 모회사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2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를 앞두고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까지 채무재조정(리파이낸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MBK파트너스의 딜라이브 인수금융에 참여했던 주요 은행들이 총 수천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판이다. 은행권에서는 “시중은행들에 올해 닥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조선 해운사 구조조정이 아니라 딜라이브”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딜라이브 채무재조정안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인수금융에 참여한 시중은행들이 대규모 충당금 쇼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총 20여곳의 금융기관이 참여한 딜라이브 인수금융에는 은행권에서 KEB하나은행(4,280억원), 신한은행(4,000억원), KB국민은행(1,200억원), 수협은행(400억원), 부산은행(200억원) 등이 참여했다.


문제가 되는 인수금융은 2012년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한 차례 차환에 성공한 KCI 대출금 1조5,670억원과 딜라이브 자체 대출금 6,330억원 등 총 2조1,970억원이다. 오는 7월29일이 만기이며 이달 말까지는 채무재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관련기사



딜라이브는 인터넷TV(IPTV)를 앞세운 통신사업자들이 방송 시장에 뛰어들면서 고객이 이탈했고 지나치게 늘어난 부채로 이자를 갚기도 버거운 상태다. 현재 딜라이브 대주단은 KCI에 대해 8,000억원의 출자전환 및 딜라이브 차입금 2,000억원 감축, 재무약정 완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채무재조정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국민연금과 KDB생명·산은캐피탈·수협은행 등이 아직 채무재조정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대출이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충당금 부담은 한층 완화된다.

금융권에서는 그러나 채무재조정이 만약 실패할 경우 은행들이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딜라이브 채무재조정에 실패하면 연체가 발생하고 그에 따라 은행들도 여신을 고정 이하 등으로 재분류한 후 딜라이브 재매각 등을 추진해야 한다”며 “채무재조정에 성공한다 해도 딜라이브의 차환 능력이 얼마나 될지 의문시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은행들 가운데 국민은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딜라이브 여신의 자산 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해놓은 상태다. 딜라이브 여신이 고정이하로 분류되면 4,000억원 이상 여신이 나간 KEB하나은행이나 신한은행은 각각 약 1,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조선·해운 구조조정 이슈도 잘 빠져나갔던 신한과 하나은행이 엉뚱한 곳에서 발목이 잡혔다”고 말했다.

한편 채무재조정에 대한 의사결정을 유보했던 국민연금과 KDB생명·산은캐피탈·수협은행은 이달 말까지는 동의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딜라이브 리파이낸싱을 위해 이사회까지는 열 필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채무재조정안에 대한 결정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앞서 두 차례 리파이낸싱에 반대했던 국민연금도 조만간 대체투자심의위원회를 개최해 딜라이브 인수금융 만기 연장과 채무재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윤홍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