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도움 될 것 없는 ‘배터리 과민반응’

김영필 기자



“사실을 좀 바로잡아 주세요. 우리나라 업체가 완전 탈락한 것처럼 나오는데 그건 아니에요.”

대형 배터리 업체 A사의 고위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에서 LG화학과 삼성SDI가 떨어진 것을 두고 이렇게 얘기했다. ★본지 21일자 13면 참조


1~4차에 걸친 심사 동안 단순히 한차례 낙방한 것이고 그것도 업력 부분을 두고 서로 보는 눈이 달랐을 뿐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기자가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을 알아보니 모두 수치화가 가능했다. 중국 정부의 모범규준은 △기업 기본조건 △생산이력 △생산능력 △생산조건 △연구개발(R&D) 인력비중 등 기술조건 △국제표준화기구(ISO)상의 품질보증요건 등 6가지를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세업체는 불리할 수 있지만, 딱히 중국 업체에 유리하고 한국기업을 차별한다고 보기 힘들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특정업체를 타깃으로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증언도 비슷하다. 업체 관계자는 “생산 개시 1년 조건을 못 채운 게 주요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신한금융투자도 22일 “삼성SDI는 샘플가동은 (지난해)7월, 매출은 9월이며 중국이 말하는 양산 시점의 의미는 명확하지 않으나 7~10월에는 자격이 갖춰지는 셈”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8월께 5차 심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번에 통과하면 된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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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명확하게 우리 업체를 차별한다는 점이 드러나면 이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이유가 뭔가.

하지만 인증에 대한 과민반응은 중국에서의 국내 기업 입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 배터리 업체 고위관계자가 걱정한 것도 이 부분일 것이다.

재계의 관계자는 “다임러와 BMW, 제너럴모터스(GM) 같은 글로벌 기업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우리 기업이 중국 정부의 인증을 통과 못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했다.

중국 정부의 수준과 그 속내는 시간이 좀더 지나면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덮어 놓고 보호무역주의 딱지를 달아 중국 정부를 자극하는 일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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