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 “경쟁제한 우려가 큰 인수·합병(M&A)은 면밀하게 심사하되 경쟁을 제한하지 않으면 신고서류를 간소화하고 최대한 신속히 심사해 구조조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포럼 강연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내외 대형 M&A가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구조조정 업종 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공정거래법은 합병하지 않으면 생산·판매·연구개발의 효율성이 증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업이 입증하거나 상당기간 재무제표상 회생이 불가하다고 판단되면 기업결합 심사에 예외를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해운과 같이 국내보다 해외시장에서 주로 사업을 벌이는 업종은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인 시장점유율을 해외를 기준으로 따지기 때문에 국내 상위 업체라도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정부가 해운·조선업종의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공정위가 구조조정 결과 기업 합병이 발생하면 이들 업종의 시급한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는 기업 인수 합병으로 시장에 독과점이 발생하는지 판단하고 이를 해소하는 조치를 명령한다. 극단적으로 합병한 회사를 도로 매각하라는 조치까지 내릴 수 있다.
정 위원장은 또 ICT, 제약 등 산업에서의 불공정행위 예방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동통신 분야에서 핵심기술 표준특허를 이용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의료·제약 분야에서 특허권자가 특허이용자와 합의해 경쟁제품 출시를 지연·차단하는 행위 등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소비자종합지원시스템, 소비자권익증진기금 등 소비자에 대한 지원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