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27일 경기도인사위원회 주관으로 시행된 경기도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시 화장실 이용을 불허한 것을 놓고 인권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당시 수험생이 시험 도중 화장실 사용을 요구하면 다음과 같이 대응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남성은 시험실 후면에서 소변용 봉투로 용변, 여성은 시험관리관이 우산 등으로 가림막을 친 후 시험실 후면에서 용변토록 조치’
대부분 20살이 넘은 성인 남녀가 한 공간에서 함께 필기시험을 치르는 공무원 채용시험이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이러한 관행은 계속되어 왔다. ‘시험관들의 근무요령’에 따라 장애인이나 임신부에 한해서만 사전 신청자에 한해서만 화장실 사용을 허용하고 있고 배탈이나 개인 사정에 따른 화장실 이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불가피하게 화장실을 사용할 경우 그 시점까지 작성한 시험지를 제출하고 퇴실하도록 조치해왔다.
이 때문에 화장실 사용을 요구한 수험생들은 성별에 상관없이 시험장 후면에서 남성은 소변 봉투로, 여성은 시험관리관이 설치한 가림막을 사용하여 용변을 해야 했고 그것이 그나마 여성에 대한 배려라면 배려였다.
인간이 지닌 기본적 품격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일부 응시생들이 반발했지만 시험 지침은 엄격히 유지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경기 수원시 인권센터가 지난해 6월 27일 도내 30개 시군 공무원 시험과정에 대해 인권침해 논란을 제기하고 제도개선을 권고했지만, 중앙 정부는 시험의 공정성이 더 중요한 사항이라며 1년 가까이 제도개선이 어렵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또 수원시 인권센터는 수원시인사위원회 위원장에게 응시자들의 시험시간 중 화장실 이용 허용범위를 다른 일반기업 시험이나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의 수준으로 개선하라고 권고했고 지난해 7월 16일 경기도에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경기도 지방정부도 도 자체의 결정이 아니라 국가직 및 지방직 공무원 시험 규정에 따라 화장실 이용을 금지하는 것이어서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행정자치부에도 건의했으나 행자부는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의 인권’보다 시험의 ‘공정성’이 우선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무원 시험은 60분에서 최대 140분이어서 응시자 스스로 수분섭취 등 조절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인권위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공정성과 인권 두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행자부의 입장이었다.
결국 수원시 인권센터는 같은 해 9월 3일 행자부와 인사혁신처를 피진정인으로 하는 진성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없으면 제도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진정했지만 아직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현재 수능, 토익, 삼성 등 대기업 및 공기업 입사시험에서는 응시자들의 시험시간 중 화장실 이용을 허용한다. 특히 수능의 경우 수험생과 같은 성별의 복도감독관이 동행해 사용할 화장실을 지정하는 방법으로 시험시간 중 용변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원시 인권센터의 진정이 받아들여져 인권침해논란을 해결하고 시험의 공정성까지 지킬 수 있는 새로운 개선안이 시행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재아인턴기자 leejaea555@sedaily.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