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브렉시트 쇼크]금융위기 가능성은 낮지만...EU 추가탈퇴 땐 '메가톤급 후폭풍'

글로벌시장 '잔류' 안심하다 뒤통수

유로화 가치 4%↓·아시아증시도 일제히 급락

유가 5% 넘게 빠져..엔화는 2년7개월래 최고

유럽은행 리스크 재발·신흥국 자금 이탈 우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개표가 진행된 2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난간에 기대 쪽잠을 자고 있다. 이날 개표 추이에 따라 글로벌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했으며 개표 결과가 브렉시트 찬성 쪽으로 기울자 일본 증시가 8% 가까이 폭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쿠알라룸푸르=AFP연합뉴스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개표가 진행된 2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난간에 기대 쪽잠을 자고 있다. 이날 개표 추이에 따라 글로벌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했으며 개표 결과가 브렉시트 찬성 쪽으로 기울자 일본 증시가 8% 가까이 폭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쿠알라룸푸르=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영국 국민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가 결정되자 외환ㆍ증시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영국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폭락한 반면 엔화 가치는 2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폭등했다. 또 일본 증시가 8% 가까이 폭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급락하며 ‘검은 금요일’을 연출했다.


물론 브렉시트가 유동성 부족 사태와는 거리가 먼 만큼 금융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하지만 유럽은행 시스템 위기, 신흥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탈출, EU 회원국 도미노 이탈 등의 사태가 촉발될 경우 지난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안심하다 뒤통수 맞은 금융시장=23일 각국 금융시장은 영국 국민들의 EU 잔류 지지율이 탈퇴보다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안도 랠리를 펼쳤다. 유럽과 미국 증시는 모두 1% 이상 상승했고 미 국채 수익률도 급등했다. 24일 한국·일본 등 아시아 증시도 상승 출발했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이 열리자 투자자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개표시간에 장이 개장된 아시아 금융시장이 가장 먼저 충격을 받았다. 개표 이전 영국 파운드화 환율은 달러 대비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24일 오후1시25분(한국시각)에는 파운드당 1.3229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는 전날 대비 10% 하락한 것으로 1985년 9월 이후 3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브렉시트 결정이 난다면 파운드 가치가 15% 폭락할 것이라는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의 저주가 적중한 셈이다. 이날 유로화 환율도 하루 만에 4% 가까이 폭락했다. 중국 위안화 환율은 역외시장에서 0.5% 떨어진 달러당 6.6186위안을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도 약 5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엔화 가치는 201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달러당 100엔이 무너졌다. 전날 2%가량 상승했던 국제유가도 이날 5% 이상 폭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7.92% 폭락했고 대만 자취엔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2.3%, 4.4% 급락했다.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 증시도 폭락세로 24일 장을 시작했다. 반면 투자가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금값은 온스당 1,3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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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초긴장=브렉시트로 당장 글로벌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지거나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많지 않다. 문제는 전염 효과다. 우선 세계 5위 경제대국인 영국 경제가 침체하면 독일·아일랜드 등 역내 주요국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영국 재무부에 따르면 브렉시트 발생 시 EU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최소 0.5%, 최대 2%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브렉시트로 주요국에서 반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발 금융불안이 단기간에 진화되지 않을 경우 충격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EU 은행 시스템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EU 회원국 은행이 보유한 영국 내 자산 규모는 1조3,000억유로로 추정된다.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할 경우 보유자산 가치가 급감하며 이들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브렉시트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 연쇄적인 자산매도를 불러 시스템 리스크가 재발할 수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때에 비해 중앙은행들의 정책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결과가)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브렉시트로 프랑스·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네덜란드·이탈리아·체코·폴란드 등에서 EU 탈퇴 움직임이 도미노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뇌관이다. 다른 회원국의 EU 탈퇴 움직임이 가시화할 경우 유로화 가치 폭락이 2차 금융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 국채나 달러화·엔화 등 안전자산으로의 자금쏠림 현상은 더 심화할 게 뻔하다. 반면 신흥국은 외국인 자금이탈로 주가·채권·통화 가치가 트리플 약세를 보이며 신용경색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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