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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INTERVIEW]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첨단 바이오 융합기술로 사회적 문제 해결하겠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노화와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과 희귀질환, 그리고 메르스, 조류독감, 구제역 등 사회적 현안이 되고 있는 질병 해결을 위해 첨단바이오 융합기술 연구에 매진할 방침입니다.”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안전하고 풍요로운 무병장수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연구원의 미래 운영 계획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또 “선진국들이 선점하고 있는 분야보다는 줄기세포·유전자 치료 같은 바이오의약품 틈새시장에 더 집중 투자해야만 국내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Q. 최근 바이오분야 투자가 급증하면서 생명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1985년 유전공학센터로 시작해 현재 오창과 전북에 분원을 두고 있는 국내 유일의 바이오 분야 정부출연 연구원으로 첨단 생명과학기술 분야 원천기술 개발 및 보급, 그리고 바이오경제 견인을 주요 임무로 삼고 있습니다. 이 같은 미션을 기반으로 국가사회 현안 대응, 국가 미래원천연구 선도, 바이오 기업 성장 지원 등을 통해 창조경제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생명연은 고령화 및 기후변화, 산업화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노인성 질환 및 감염병, 암과 같은 사회문제형 질병에 대응하는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영장류와 미니돼지, 미생물자원 등 바이오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 인프라를 외부 산학연에게 확대 개방함으로써 우리나라 바이오연구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제고하는 ‘창조경제 전진기지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오 융·복합 신기술 및 바이오 소재 생산 기술, 중소기업 상용화 기술 개발 등 바이오 경제 견인을 위한 융합·실용화 기술 개발에 집중해 ‘안전하고 풍요로운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하는 한편 국가 사회적 요구와 국민의 기대에 적극 부응하는 출연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최근 국민생활과 밀접한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같은 감염병과 고령화 문제 등 사회적 현안의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 융합연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명연의 대응방안은 무엇인가요?
생명연은 국가·사회적 현안 해결을 위해 지난해 노화, 희귀·난치질환 등 5개의 전문연구단을 신설했습니다. 이들 전문연구단은 향후 글로벌 선도연구그룹으로 지속 육성되어 국가의 지식중심체 역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메르스,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각종 국가사회적 문제를 유발하는 감염병 대응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그 밖에도 생명연은 국민 안전과 경제적 피해 최소화를 위해 감염병의 예측·발굴에서부터 예방, 진단·치료, 기술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적 감염병 확산제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립축산과학원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공동 연구 추진을 통해 향후 구제역이나 AI 같은 각종 사회적 현안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CiM(맞춤형 자가치료제) 융합연구단의 주관기관으로서 새롭게 요구되는 융·복합 기술에 대한 수요에 대비해 상용화가 가능한 줄기세포 치료제 등의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 받은 덕분인지, 톰슨로이터가 선정한 ‘2015 아시아 암 연구분야 5대 혁신 기관’에 생명연의 이름이 올랐으며, 올해에도 생명공학분야 혁신 선도 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Q. 전문연구단의 구체적인 역할과 운영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지금까지 진행해 온 PBS(Project Based System) 제도하에선 안정적 인건비 지원이 어렵고, 연구자들이 다수의 소규모 연구과제를 수행했기 때문에 연구역량이 분산되는 한계점이 있었습니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안정적 연구환경 아래 하나의 목표로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난 1월 전문연구단 체제를 도입했습니다. 내·외부 전문가 평가를 통해 노화제어 연구단, 유전체 맞춤의료 연구단, 위해요소감지 BNT 연구단, 항암물질 연구단, 희귀 난치질환 연구단 등 5개의 연구단을 선정했습니다.

전문연구단의 경우 하나의 연구분야에 집중하도록 수탁사업 참여를 제한했고, 기관의 총 주요사업 연구비 20%를 투입하는 한편 인건비의 80%까지 지원함으로써 연구 몰입도 제고 및 안정적 연구환경을 구축했습니다. 저희는 전문연구단을 국가·사회적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세계적인 핵심연구기관’으로 집중 육성할 것입니다. 엄격한 성과평가를 통해 연구목표 달성 여부도 꾸준히 점검해나갈 계획입니다.


Q.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중소·중견기업 지원 예산을 주요사업비의 10%까지 확대한다고 밝히신 바 있는데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무엇입니까?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은 창조경제 실현의 원동력입니다. 정부도 출연연이 나서서 개방형 협력 생태계 조성과 중소·중견기업 R&D 전진기지화 방안 등을 통해 중소·중견 기업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줄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생명연은 바이오 의약, 융복합, 친환경 산업 소재를 중심으로 바이오 기업 200여개사로 구성된 KRIBB 바이오 기업생태계를 조성, ‘상생협력, 동반성장, 기술혁신, 창업촉진’의 4대 전략을 기반으로 바이오 중소·중견기업의 R&D 역량 강화 및 글로벌 성장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는 2018년까지 기업규모별 맞춤형 성장지원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미래 선도기업 50개사를 육성하고, 기업 니즈를 반영한 산·연 공동 기술개발을 확대해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 투자할 계획입니다.


Q. 지난해 생명연 연구소기업 미코바이오메드가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추가 연구소 기업 설립이나 연구원 창업 계획은 있으신지요.
생명연은 연구소기업 설립 활성화를 통한 성과 창출로 창조경제 활성화를 주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나노갭 기반 바이오센서 기술’을 생명연으로부터 이전받아 복합진단기, 빈혈 측정기 같은 휴대용 진단기기 및 스트립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미국과 이탈리아 의료기기 전문기업에 5년간 총 5,700만 달러 규모의 제품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는 미 식품의약국(FDA)과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의 승인을 획득할 예정이어서 성장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성과는 생명연의 기술과 벤처기업의 자본이 결합해 연구소기업으로 탄생한 지 6년 만에 이룬 쾌거입니다. 출연연의 기술과 민간자본이 결합해 BT와 IT 융·복합 기술개발이 이뤄진 성공적 해외시장 진출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핵심 과제인 창조경제의 달성을 위한 출연연 연구성과 활용 촉진 및 사업화 제고의 실질적 성과 사례로 국익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생명연은 2015년 천연물 추출 기술을 출자한 연구소기업 나노바이오텍을 설립, 당뇨혈당 조절 신약 및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화장품 원료 개발을 위해 관련 기술을 이전한 디케이바이오의 설립을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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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은 앞으로도 기술설명회 개최와 관련 행사 참가 등 다양한 기술마케팅 채널을 활용, 기업 수요 기반의 활발한 기술이전을 진행하고 연구소기업 설립 및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매년 연구소기업을 설립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Q. 난치질환 및 신약개발 연구에 필수적인 실험용 영장류 확보가 전 세계적 화두인데.
현재 오창 국가영장류센터를 중심으로 연구용 SPF 영장류 자원 400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첨단영상분석장치인 MRI, PET-CT, 그리고 영장류를 이용해 고위험 병원체 연구를 할 수 있는 ABL3 시설의 활용체계도 구축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국가영장류센터는 이러한 최첨단 장비와 시설을 활용해 뇌 질환, 재생의학, 마약중독, 바이러스, 유전체, 기초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범부처적으로 지원하는 국가 영장류 연구 인프라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용 영장류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영장류자원지원센터 건설 사업(최대 4,000마리 사육규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7년 11월 완공 예정으로, 현재 설계를 마치고 본격적인 공사를 위한 기공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완공되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바이러스 질병 등 노화 및 퇴행성 뇌 질환 연구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Q. 바이오분야는 범위가 매우 넓은데,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바이오 분야는 보건·의료에서부터 에너지, 지구·환경, 식량 등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매우 넓고 다양합니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산업에선 여전히 후발 주자에 속하기 때문에 선진국들이 선점하고 있는 분야보단 다른 국가나 업계가 유효 특허를 상대적으로 적게 낸 줄기세포와 유전자 치료 같은 바이오의약품 틈새시장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는 길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유전자 치료 같은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타 분야에 비해 기술개발 수준이 태동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선도그룹에 위치해 있습니다. 최고기술 보유국과의 기술격차 수준이 3년 이내로, 빠른 시일 안에 추월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저희가 바이오의약품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경우 2~3년 내에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함과 동시에 특허권(20년) 확보로 장기간 동안 독점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부 또한 바이오 미래전략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고, 국내 상업화 역량 및 잠재력이 높은 태동기 바이오의약품을 선택해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Q.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책적·제도적으로 어떤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정부의 지속적인 바이오 관련 규제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구현장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규제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예컨데 지난해 체세포 유전자 치료 연구 범위 제한이 일부 완화됐지만 연구 현장에선 아직 미흡하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47조 제1항 및 제2항을 삭제해 유전자치료 연구제한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난자 사용 연구의 경우에도 현재는 폐기예정인 냉동 난자만 사용을 할 수 있어 연구의 질 저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법률을 개정해 공여자가 동의할 경우 투명한 절차를 거쳐 냉동 전 난자 사용 연구의 허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과학자를 꿈꾸는 젊은 층들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후배 연구자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고 최형섭 초대 과학기술처 장관의 묘비에는 ‘학문에 거짓이 없어야 한다’, ‘부귀영화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시간에 초연한 생활연구인이 되어야 한다’, ‘직위에 연연하지 말고 직책에 충실해야 한다’, ‘아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는 5가지 연구자의 덕목이 새겨져 있습니다.

후배 된 입장에서 다섯 가지 중 하나를 고르라면 ‘학문에 거짓이 없어야 한다’를 최우선순위로 꼽고 싶습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불거진 줄기세포 허위 사건처럼 학문에 거짓이 섞여 있다면 끊임없이 진리를 추구하는 것을 업(業)으로 삼는 연구자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뿐만 아니라 국격 손상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연구라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어떤 연구를 하든, 어떤 연구결과가 도출되든 관계없이 모든 과정에 정직이 바탕되어야만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규태 원장 프로필
학력
1987 국립경상대 동물생명과학 학사
1992 국립경상대 동물번식생리학
1997 일본 동경대 수의생리학 박사
경력
1999 ~ 現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2004 ~ 2012 ‘Journal of Reproduction and Development’ Editor
2005 ~ 2015 국가영장류센터장
2008 ~ 現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전임교수
2009 ~ 2013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겸직교수
2012 ~ 2013 미래연구정책본부장
2012 ~ 現 ‘World Journal of Stem Cells’ Editor
2013 ~ 現 ‘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Deputy Editor
2013 ~ 2015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생명복지전문위원회 위원
2013 ~ 2015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부원장
2015 ~ 現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지방과학기술진흥협의회 위원
2015 ~ 現 대전광역시 과학분야 명예시장
2015 ~ 現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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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Sepecific Pathogen Free 특정 병원성 미생물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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