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하는 1조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인도가 지연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해양플랜트가 조선 3사의 구조조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조선 3사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10조 원에 달해 계약금액이 많은 해양플랜트 인도가 늦어지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는 현재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 53기(계약금 기준 498억 달러·현재 환율기준 58조원) 중 19기(141억 달러·16조원)를 올해 말까지 인도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현재 16기(172억 달러·20조원)를 건조 중이며 이 중 7기(60억 달러·7조원)를 올해 하반기에 인도할 계획이다.
이 중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는 시점에 대금의 절반 이상을 지급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한 해양플랜트는 적기 인도가 관건이다. 나머지는 공정 진행 정도에 따라 매달 정산을 하기 때문에 인도가 조금 지연돼도 유동성에 큰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
대우조선이 이달 말과 다음달 말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에 인도할 예정이던 ‘소난골 드릴십’ 1·2호기가 대표적인 헤비테일 방식이다.
대우조선은 2013년 드릴십 2척을 총 1조3,000억원에 계약하면서 1조원가량을 선박 인도 시점에 받기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최근 선주사의 자금 대출 문제 등으로 인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밖에 10월말 인도 예정인 잭업리그 1기도 헤비테일 방식으로 인도시 4,000억원가량을 받게 된다.
대우조선은 일단 인도가 늦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자금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해양플랜트 4기(38억 달러·4조 5,000억원)를 인도할 예정이지만, 대우조선처럼 사세가 걸린 큰 ‘한 건’은 없다.
일단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던 익시스 CPF(계약금 기준 27억 달러·3조원)가 9월 중 출항 예정이다. 다만, 헤비테일이 아니기 때문에 인도를 완료해도 한 번에 큰돈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연말에는 유럽에서 발주한 잭업리그 1기(계약금 기준 6억5,000만 달러·7,600억원)를 인도할 계획이다. 잭업리그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인도시 4,300억원가량이 들어온다.
해양플랜트는 모두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지만, 하나라도 인도가 지연되면 자구계획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유동성에 여유가 없다.
연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 2조2,000억원이지만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1조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은 단기차입금의 만기 연장을 위해 채권은행들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이달 만기를 맞을 예정이었던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의 대출금 2,500억원은 만기 연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조선업에 대한 위험 노출액(익스포저) 규모에 부담을 느낀 은행들이 여신을 축소하면서 만기를 1년이나 6개월이 아닌 3개월만 연장했다.
현대중공업은 부채비율이 1분기 말 기준 134%로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낮아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4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적기 인도가 필수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 역시 하반기에 해양플랜트 인도가 몰려 있다.
현재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 16기 중 8기(계약금 기준 43억 달러·5조원)를 연말까지 인도할 계획이다. 이들은 대부분 ‘헤비테일’ 방식이라 인도가 지연되면 유동성에 타격을 주게 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공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어서 인도 지연의 우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유가가 회복되면 2017년부터 해양플랜트 발주가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전반적인 조선업 수주 상황이 열악하지만 해양플랜트는 회복의 기미가 보인다는 설명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연 ‘2016년 경제·산업전망 세미나’에서는 다만 하반기 부터 원유 수요가 늘면서 향후 2017~2018년에는 유가 7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열려 있어 미뤄졌던 해양설비 프로젝트의 입찰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다.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WTI 50달러 안착을 예상하며 미뤄졌던 일부 해양플랜트 입찰 재개를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