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양질의 인력으로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지난 1990년대 초 미국이 엄청난 대일 무역 적자로 신음하고 있던 때 ‘제로섬 사회’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레스터 서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저품질 생산요소(노동과 자본)로는 결코 고품질 생산품(재화나 용역)을 만들어낼 수 없다.” 당시 문맹률이 10%를 넘어 경쟁력에서 밀린 미국의 노동력 수준으로는 결코 일본의 숙련된 노동력이 만드는 제품을 이길 수 없다는 처방이었다.

올해 초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은 각국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면서 금융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우간다(81위)보다도 못한 87위로 평가했다. 비록 엉터리 평가 방법을 동원한 난센스에 불과했지만 한국 금융업계 종사자로는 여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저평가는 아마도 외국인들이 우리 금융시장에 대해 갖고 있는 뿌리 깊은 불신에서 비롯된 듯싶다. 그동안 우리 금융시장의 선진화가 미흡한 것은 물론 우리 금융산업이 이들에게 만족할 만한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산업에서도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자본과 노동력이 필요하다. 고품질 자본이란 언제든 싼값에 유리한 조건으로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을, 고품질 노동력은 시장의 수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높은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을 의미한다. 고품질 자본은 신용도가 높을 때에만 존재하고 고품질 인력은 우수한 인재를 채용해 끊임없이 훈련하는 교육에 의해서만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높은 신용도의 형성도 결국 고품질의 인적 인프라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에서 종업원에 대한 교육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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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금융연수원은 한국 금융산업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실험을 했다. 각 은행에서 입사 5년 내지 10년 차의 영어가 유창한 젊은 인력들을 불러 모아 4개월 반에 걸쳐 강도 높은 글로벌 경쟁력 배양 교육을 실시했다. 강의는 물론 영어로 진행됐고 해외에서 직접 금융 전문가들을 초빙해 국제 금융시장에서 이뤄진 거래 사례들을 소개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들을 다시 런던·홍콩·싱가포르 등 선진 국제 금융도시에 보내 현지에서 직접 생생한 실전 교육을 받도록 했다. 앞으로 이들은 이번 연수 과정에서 터득한 실무 지식과 실전 감각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스스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쌓아가며 선진국 금융회사들과의 전략적 협업 또는 치열한 경쟁으로 우리 금융산업을 한 차원 높게 성장시킬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에서 단기간에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놀라운 저력을 갖고 있다. 그 이면에는 유대인도 인정하는 우리 부모 세대의 지독한 교육열이 있었다. 금융산업 경쟁력도 결국 종업원에 대한 끊임없는 교육과 훈련에서 판가름 난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고품질 인력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수의 평범한 노동력보다 소수의 고품질 노동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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