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브렉시트 후폭풍 “수십년래 최대 폭풍우” VS “금융위기 오지 않을 것”

“신흥국 경기 둔화 등 글로벌 경제에 엎친데 덮친 격” 의견 일치

“유동성 부족 문제 아니고 각국 긴급 대책에 ‘찻잔 속 태풍’” 대

“EU 회원국 도미노 탈퇴, 유로존 경기 침체, 신용경색 등 2차 위기 부를 것” 의견 엇갈려

각국 정부, 중앙은행 등 긴급 대응책에 시장 어떻게 반응할지에 달려

“영국 경제가 타격을 받고 세계 무역량이 줄겠지만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광범위한 금융위기를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글로벌 경제가) 내 평생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심지어 (아시아·남미 등 신흥국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87년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가 결정됨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돈으로 빠져든 가운데 후폭풍이 어디까지 번질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낙관론자들은 브렉시트가 과거 금융위기와 같은 유동성 부족 문제가 아닌데다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긴급 대책에 힘입어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브렉시트가 유럽연합(EU) 회원국의 도미노 탈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 침체, 포퓰리즘과 보호무역주의의 기승,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신용경색 등 ‘2차 위기’를 촉발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브렉시트 충격에 금융시장이 한치 앞을 모르는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지고 글로벌 경제가 더 둔화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낮은 원자재 가격과 신흥국 경기 침체, 중국 경기 둔화, 미국 경제 재침체 우려 등으로 가뜩이나 취약한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건은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제 침체와 금융위기로까지 악화될지 여부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1970년대 (영국 금융위기 때) 파운드화 가치가 3분의1이나 폭락했던 것에 비하면 최근 하락폭은 크지 않다”며 “더구나 영국은 기축통화 국가로 외화 유동성이 부족한 아르헨티나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웰스파고의 제이 브라이슨 이코노미스트도 “브렉시트는 경제적·지정학적으로 중대 사건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중앙은행 등 정책 당국자들이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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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브렉시트 자체보다는 후폭풍이 더 무서울 것이라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과거 내가 경험한 위기는 바닥이 있었지만 브렉시트는 사태의 끝이 아니다”라며 “남유럽 국가들의 유로존 이탈, 즉각적인 유로화 하락 등으로 이어지며 문제가 더 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헤지펀드계 거물인 조지 소로스도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정치·경제 모두 복잡한 양상을 띨 것”이라며 “영국 등 유럽 지역 실물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20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과거 위기진압의 소방수였던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경기부양 실탄이 바닥났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EU 탈퇴를 주장한 포퓰리즘 기승, 신용경색 등의 리스크에도 중앙은행들의 정책수단은 제한적”이라며 “앞으로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시장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나아가 ‘제 코가 석 자’인 주요국들이 경쟁적인 통화 절하에 나서면서 환율전쟁 가열 우려도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은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다음달 28~29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경우 최근 달러화 강세에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스위스중앙은행(SNB)은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시장 개입을 단행한 상태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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