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순이자마진 추락할 것"…'브렉시트' 발등의 불 떨어진 은행

한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높아

NIM 1% 초반 역대 최저 될수도

기업 투자심리·내수도 얼어붙어

부실기업 증가에 수익성 비상등

"채권값 올라 주식 손해분 상쇄

불확실성에 예금 늘 것" 전망도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 3·4분기부터는 순이자마진(NIM)이 바닥 수준이 될 것이다.”(시중은행 고위임원)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로 가뜩이나 충당금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은행들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예상치 못한 충격을 맞아 하반기 실적 수성에 비상등이 커졌다.

당장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NIM이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유럽 쪽 수출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경우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 기반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은행이 보유한 주식이나 고객들에게 권유한 투자상품 수익률 또한 하락할 것이 확실시돼 은행 창구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다만 채권값이 상승하면서 은행의 손해분을 메워주고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심화하면서 은행으로 핵심 예금이 몰릴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유불리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브렉시트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시중은행의 일부 행장들은 주말인 이날도 출근해 브렉시트 파장 등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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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일단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한 가운데 추가로 금리가 인하될 경우 은행권의 이자수익 기반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4분기 역대 최저인 1.55% 안팎까지 떨어진 은행 NIM이 1% 초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보유 자산 가운데서는 주식 가격이 하락하는 반면 안전자산 선호로 채권값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권재중 신한은행 부행장은 “주식은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채권값이 올라 상쇄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외환위기(IMF) 이후 외화 유동성 관리 등을 충실히 해온 터라 자금 조달 등의 측면에서 브렉시트에 따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조달 시장에서 단기 금리가 춤을 추겠으나 이를 버틸 만한 체력은 갖췄다는 것이다. 이홍 국민은행 부행장은 “외화 유동성은 충분한 상태고 부채도 달러 베이스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그보다 브렉시트 파장이 중장기적으로 수출 기업과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로 가뜩이나 기업들의 심리가 움츠러든 가운데 투자 부진과 내수 위축이 이어질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을 낼 돌파구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현석 우리은행 상무는 “수출기업들이 영향을 받으면서 기업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은행들의 주요 수익 기반이 되는 핵심 예금은 되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에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심화되고 은행 예금 등에 자금을 일시적으로 쌓아놓으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주요 은행도 수신상품의 금리를 낮췄지만 은행에 맡기는 돈의 규모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대형 은행 관계자는 “경기 위축에 따른 단기 부동화로 은행에 돈이 쌓인다는 부분이 결코 은행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라며 “은행도 결국은 돈이 계속 돌아야 살 수 있는 기업체인데 일시적으로 핵심 예금이 늘어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윤홍우·양철민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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