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공정위, 프로야구 불공정계약 대대적 조사

15년 만에 전구단 대상

KBO 통일계약서 바탕이라지만…구단 모기업 촉각

2815A34 공정위의 프로야구 계약 조사2815A34 공정위의 프로야구 계약 조사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로야구 구단과 선수 간 불공정 계약에 대해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약관으로 볼 수 있는 ‘공통계약’ 존재 여부부터 선수 개개인의 계약에 불공정한 부분이 있는지까지 모두 뜯어볼 계획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국내 프로야구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야구 선수 계약에 대한 공정위의 대대적인 조사는 지난 2001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2001년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결성(2000년)되면서 야구 선수의 권익 문제가 사회이슈화됐던 때다.

공정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27일 “삼성을 포함해 전 구단을 대상으로 선수 계약서의 불공정성을 조사하고 있다”며 “불공정한 부분이 있어 보는 것이며 문제가 되는 조항이 잔뜩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구단과 선수별로 계약조건을 하나씩 다시 짚어볼 계획이다. 계약시 대리인 제도 이용을 포함해 논란이 많은 자유계약(FA), 외국인 선수 계약 부분 등도 점검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통적으로 하는 게 있고 개별합의로 하는 것이 있는데 다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공정위가 칼을 꺼낸 것은 프로야구의 불공정 계약이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2001년 연봉 계약시 대리인을 쓰지 못하게 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KBO는 아직 대리인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현재 구단들은 KBO가 만든 통일계약서를 바탕으로 선수와 계약을 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불법과 불공정 부분이 나오면 야구계뿐 아니라 구단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스포츠단의 홀로서기를 추진하는 삼성과 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는 이번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한화이글스의 선수 총연봉은 무려 102억1,000만원. 1인당 1억7,912만원에 달한다.

관련기사



꼴찌인 넥센의 1인당 급여가 8,116만원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KT(8,369만원)와 넥센만 빼면 모두 1억원을 넘는다.

지난해 자유계약(FA)을 하게 된 NC다이노스의 박석민은 4년간 96억원이라는 잭팟을 터뜨리기도 했다. 겉으로 보면 억대 연봉에 대접을 잘 받는 게 프로야구 선수처럼 비친다.

하지만 이는 일부 선수들의 얘기라는 게 업계 얘기다. 스타급 선수를 제외하면 구단과 협상 한번 제대로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그마저도 불공정한 독소조항이 여기저기 있다. 일부 구단은 계약서마저 선수들에게 주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계약 뒤 선수가 갖고 있어야 할 계약서를 구단이 보관했던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가 “어떻게 그런 식으로 불공정한 계약을 하느냐”고 대놓고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을 힐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8년에도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연봉감액 제한 철폐와 군보류수당 폐지, 계약시 대리인 제도 미시행을 이유로 KBO를 공정위에 제소하기도 했다. 2009년 국회에서 열린 ‘한국프로야구 제도 및 선수인권 실태 토론회’에서는 “A급 선수는 연봉협상을 1시간 동안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는 길어야 10분”이라거나 “다른 회사의 광고출연 제의가 들어오면 허용하지 않거나 허용해도 수익의 50%는 구단이 가져가고 세금은 선수가 내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져나왔다.

구단들은 KBO의 통일계약서를 바탕으로 선수와 계약을 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전 구단이 같은 양식을 기본으로 계약한다”며 “조사하더라도 KBO 차원의 일이지 개발 구단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개별 구단에 문제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 측은 “KBO에 통일계약서가 있더라도 이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고 어디까지나 이를 가져다 쓰는 것은 구단”이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문제 되는 조항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영필·양준호기자 susopa@sedaily.com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