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천연샴푸 85% '중간위험' 화학성분 함유

본지, 생활용품 화학물질 포비아에 천연샴푸 20개 조사

17개 제품에 '최대 10개' 내외씩 성분 담겨

천연성분 0.1%만 써도 천연샴푸 표현 가능해

악용 업체 급증…허술한 제재 기준 수술 시급



옥시로 대표되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화학성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시중에 판매되는 천연샴푸 상당수에 화학성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성분을 0.1%만 사용해도 천연샴푸란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등 관계 당국의 제재 기준도 허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서울경제신문이 천연샴푸를 표방하는 대표 제품 20개의 전 성분을 조사한 결과 이 중 85%에 달하는 17개 제품에 미국환경연구단체(EWG)가 중간 위험 이상 등급으로 분류하는 화학성분이 들어 있었다. EWG는 2억5,000여개에 달하는 연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종 화학성분의 등급(1~2등급 ‘낮은위험’, 3~6등급 ‘중간위험’, 7~10등급 ‘높은위험’)을 매기는 기관으로, 국내엔 신뢰도 높은 화학성분 분석기관이 없어 상당수 업체들이 EWG 등급을 인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입제품인 프랑스 브랜드 레오놀그렐 프로폴리스 샴푸와 르네휘테르 포티샤 스티뮬레이팅 샴푸, 국산제품인 LG생활건강의 오가니스트 내추럴 샴푸에 EWG 높은위험 등급인 ‘메칠이소치아졸리논’이 포함돼 있다. 메칠이소치아졸리논은 살균보존제로 사용되는 화학 방부제로, 세제·페인트·가습기 살균제 등에 활용되며 기준치를 넘어설 경우 뇌세포 손상 및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이다. OGX 엑스트라 스트렝스 아르간오일 오브 모로코 샴푸의 경우 EWG 높은위험 등급에 해당하는 ‘코카마이드디이에이(발암물질 일종)’ ‘디엠디엠하이단토인(포름달데히드 방출성분)’을 함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제품이 EWG 중간위험에 해당하는 성분을 적게는 2~3개에서 많게는 10개 내외씩 담고 있었다. 애경산업의 케라시스 네이처링 샴푸(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 등 8개), 르네휘테르 포티샤 스티뮬레이팅 샴푸(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 페녹시에탄올 등 12개), 에코글램 헤리프 샴푸(코카미도프로필베타인 등 5개), 아베다 로즈메리 민트 샴푸(페녹시에탄올, 벤조익애씨드) 등이다. 이밖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알레르기 주의 성분으로 표기를 권장한 성분인 리나룰·리모넨 등도 여러 제품에 사용됐다.

관련기사



천연성분의 양과 비율에 관계없이 천연샴푸란 단어 사용이 가능한 점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천연유래 성분 함유량이 제각각이더라도 법적 규제 수단이 없어 이를 악용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조차 제품의 안전을 검사하는 것은 제조사의 책임으로 보고 있고, 일부 과장 광고에 대해 경고조치를 하는 것에 그친다”며 “결국 소비자가 전 성분을 일일이 공부하고 제품 구매 시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2008년 도입된 전 성분 표시제를 지켜도 1% 이하 사용된 성분·착향제 및 착색제에 대해서는 순서에 상관없이 기재할 수 있는 허점도 존재했다. 방부제·색소 등 이미지가 나쁜 성분은 맨 뒤로 빼고, 일부 효능 있는 성분은 맨 앞에 기재하는 눈속임이 가능한 것이다. 워킹맘 이모(32)씨는 “천연샴푸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하면서 실제 천연 성분은 미미하고 종전 샴푸들에 적용하던 화학성분을 그대로 쓰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공산품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노케미족의 마음이 이해될 정도”라고 전했다.

신희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