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밖에선 'M&A·무역장벽', 안에서 '중국산'에 치이는 韓철강

합병으로 몸집불린 중·일 철강과의 경쟁 더욱 치열





국내 철강업계가 해외에서는 보호무역장벽에 부딪히고, 내수 시장은 중국산 저가 제품에 뺏기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인도, 일본 등 주요국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에 집중하던 비난의 화살을 한국산 제품까지 겨냥하고 있는 현상은 국내 철강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일본에 이어 중국 철강업체들까지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몸집 불리는 中·日에 안방도 다 뺏길판= 국내 철강 업체들이 구조조정에 치우쳐 있는 사이 중국과 일본의 몸집 불리기는 무섭게 진행되고 있다. 당장 27일 중국 2위 철강사인 바오산강철과 6위 우한강철이 합병을 발표, 세계 2대 철강사로 재탄생하면서 포스코는 조강 생산량 순위가 5위로 밀리게 됐다. 지난달에는 일본 최대 철강기업인 신일철주금과 일본 4위 철강사 닛신제강이 합병을 결정했다. 중국 업체들의 합병은 당국의 철강 공급 과잉 해소 의지에 따른 것으로 당장에는 우리 업체들에게 호재일 수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중국발 공급 과잉을 우려했다. 하지만 거대 철강사가 출현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글로벌 철강 산업에서의 힘도 커지게 돼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을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수준의 철강 기업 3~5개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철강업체 고위 임원은 “동부제철의 경우 매각 작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우리도 전체 산업재편의 틀에서 우리 기업간 전략적인 M&A를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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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철강의 위협은 또 있다. 국내 시장은 중국산 저가 제품에 시장을 급속하게 뺏기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된 철강재는 187만 5,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늘었다. 이중 중국산이 전체 수입 철강재의 62.2%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산 철근이 159%나 급증하고, 중국산 중후판도 11.7%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철근 제조업체 관계자는 “건설성수기에는 수요가 많아 국산 철근도 잘 팔리지만 건설경기 위축이 본격화되면 가격 경쟁에서 한국산 제품이 여지없이 밀려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일본까지 韓 철강에 딴죽 =철강업체에 가해지는 반덤핑 제소는 우리 기업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 인도까지 반덤핑 제소에 나서고 인도는 한국, 일본 기업 등을 상대로 올 들어 냉연강판 및 열연강판 등 총 3건의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산 후판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심지어 올해 인도 정부는 수입산에 대해 ‘최저수입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인도 정부가 자국내 생산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산 철강은 일정 가격 이하로는 수입하지 못하도록 규제에 들어갔다”며 “중국뿐 아니라 국내 철강사들도 이 제도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도에 대한 철강재 수출은 올들어 5월까지 6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6.4% 감소했다.

최근 들어서는 일본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일본은 최근 관세법 개정을 통해 외국산 철강 수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일본경제산업성은 “중국과 한국의 설비 증설이 글로벌 공급과잉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반덤핑 제소 요건을 완화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우리도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사내 이메일에서 “무역규제가 확산되면 수출에 차질이 우려되며 내수시장에서도 무분별한 저가 철강재 수입과 관련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것도 이런 흐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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