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장관, 일본 겨냥 “외환시장 개입 불필요”=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로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추가 역풍이 불고 있지만 금융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본 등을 겨냥해 외환시장 개입에 반대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여러 국가들이 무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일방적인 개입은 시장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달러화 가치 상승이 미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최근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매우 밀접하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엔화 강세에 아베노믹스가 좌초 위기에 처한 일본이 미국 견제를 순순히 수용할 지 의문이다. 이날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은 증시 급락과 엔고를 막기 위해 추가 금융완화나 외환시장 개입을 검토 중이다. 또 엔ㆍ달러 환율이 201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00엔선이 무너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7월말인 통화정책 회의를 앞당겨 임시로 여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중국도 브렉시트를 틈타 위안화 가치를 야금야금 내리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28일 달러ㆍ위안 거래 기준 환율을 전장대비 0.0153위안(0.2%) 올린 6.6528위안에 고시했다. 이는 2010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또 중국은 경기부양과 위안화 가치 하락을 위해 6~7월쯤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스위스 프랑화 가치가 유로화와 달러 대비 급등하자 시장 개입을 단행한 상태다. 아울러 최근 달러화 가치 급등에 미국 수출과 기업 이익이 타격을 받으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와 영란은행(BOE)도 유동성 공급을 준비 중이다.
◇“환율전쟁, 또 다른 위기 부를라”= 문제는 과거와 달리 중앙은행의 통화 약세 유도 정책이 효과가 크지 않지 않은데다 세계 경제에 주는 부담은 더 커졌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이미 브렉시트 이전부터 마이너스 금리와 대규모 양적완화에도 엔화 가치가 상승 추세다. 경기 둔화 우려에 투자가들이 안전자산인 엔화와 일본 국채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유동성을 더 풀어봐야 은행 수익성 악화, 예금자의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둔화 등 역풍만 거세질 수 있다. HSBC의 다라 마허 외환 전략가는 “BOJ가 외환시장 개입이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통화절하 경쟁이 또 다른 금융 불안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브렉시트를 틈타 지속적인 위안화 절하를 유도한다고 투자가들이 우려할 경우 올 1월처럼 역외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고 본토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파운드화 가치가 더 급락하며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고민이다. 나아가 파운드화 급락은 유럽 은행권의 시스템 위기까지 부를 수 있다. 브렉시트 이전 EU 회원국 은행들의 영국내 보유 자산은 1조3,000억 유로로 추산됐다.
하지만 파운드화 가치가 며칠 새 14%나 떨어지면서 손실 규모가 무려 1,800억 유로에 달하는 실정이다. 외환 업체인 커먼웰스의 오메르 에시너 전략가는 “파운드화 약세는 영국 수출과 인플레이션 상승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해외 투자가 정지되는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