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 1세대로 한국바이오협회를 이끌고 있는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면서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3년 후에는 세계적으로 바이오 혁명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바이오 투자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28일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한국 바이오 산업의 나아갈 방향과 마크로젠의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서 회장은 “정부의 바이오 정책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빨리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며 “1,000명의 창업자가 실패하더라도 그들을 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의학이 표준화돼 있고 바이오와 정보통신(IT)을 결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무엇보다 45억명의 인구를 가진 아시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로젠은 지난해 795억원의 매출과 100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앞으로 2년 이내에 1,0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 회장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체 정보기반 헬스케어 분야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산업화하고 있다”며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유전정보 콘텐츠사업에 진출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개인이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알게 되면 암, 고혈압, 당뇨병 등 질병 위험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마크로젠은 남아시아 12개 국가와 동북아시아 7개국이 참여하는 비영리 컨소시엄 ‘지놈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가 추진하는 아시아인 10만명에 대한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중국의 경우 우리보다 바이오 기술이 10년 정도 뒤져있지만 시장성이 높은 만큼 마크로젠의 중국 공략도 시동을 걸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가산동에 위치한 마크로젠 회의실에는 ‘홍익인간’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서 회장은 “2014년에 개인 유전체를 분석하는 비용이 1,000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일반인들도 유전체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고 마크로젠이 이 같은 흐름에 크게 기여했다”며 “각국이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용 급증으로 재정이 나빠지고 있는데 유전체 분석을 통해 저소득층도 질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바이오협회 회장으로서 앞으로 1,000개의 바이오 벤처기업을 만들어 미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도 피력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매칭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서정명·한동훈기자 vicsj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