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20조원 규모의 재정정책을 발표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휘청거린 국내 증시의 반등을 이끄는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추경이 증시를 상승세로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투자심리 개선을 통해 추가 하락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추경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한 통화정책의 후속조치가 더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8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49%(9.37포인트) 오른 1,936.22로 마감하며 1,930선을 회복했다. 브렉시트의 여진에 따른 해외 증시 부진과 유가 하락으로 장 초반 1% 가까이 내린 1,907선까지 하락했지만 추경 편성을 포함한 정부의 재정 보강 정책 소식이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누그러뜨리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고는 추경 편성 전후로 투자심리 개선과 외국인 수급 개선이 이어지면서 코스피도 상승세를 기록했다”며 “특히 이번 추경 편성은 브렉시트 우려를 완화해주는 긍정적인 매크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과거 추경 편성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추경은 잠재적 성장률 하강 위협을 방어하고 경제주체의 자신감 회복과 함께 경기 방향 선회의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투자심리 회복에 긍정적”이라며 “그동안 대부분의 추경은 시장 상승에 중요한 기폭제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이후 역대 13번의 추경 편성 이후 코스피 등락률을 집계한 결과 정부 추경 편성 이후 국회 의결까지 4개월이 걸린 2000년과 재해 구난 성격의 미니 추경이 편성된 2002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한 추경이 편성된 2008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구제 성격의 추경이 편성된 지난해 등 4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추경이 증시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왔다.
다만 아직 추경의 구체적 규모와 재원 배분이 결정되지 않은데다 브렉시트에서 촉발된 대외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전문가들은 추경이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이끄는 재료로 보기보다는 추가 하락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한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추경을 통해 정부 당국이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경제주체들의 불안 심리 완화와 증시의 추가 하락을 방어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경을 포함한 정부의 재정정책이 기대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추가 금리 인하 등의 통화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추경 규모만 놓고 보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측면이 있다”며 “경기부양과 증시회복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추가 금리 인하가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추경을 조기에 집행함으로써 국회 통과가 지연돼 추경 효과가 반감됐던 지난 2000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