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도 만만찮다. 그나마 컵스는 1907년부터 2년 연속 우승도 해봤지만 텍사스는 1961년 창단 후 아직 우승이 없다.
우승에 한 맺힌 이 두 팀이 약속이나 한 듯 리그를 주무르면서 열성 팬들을 한껏 들뜨게 하고 있다. 내셔널리그의 컵스는 시즌 중반으로 접어든 29일(한국시간) 현재 0.658(50승26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다. 50승 선착 팀인 아메리칸리그의 텍사스는 메이저리그 최다승(51승27패·승률 0.654)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까지 4연승에 원정 8연승을 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승률 1·2위인 컵스와 텍사스의 맞대결은 벌써 흥미롭다. 두 팀은 후반기가 시작되는 오는 7월16일부터 시카고 홈구장에서 3연전을 벌인다.
◇‘염소의 저주’ 지울 막강 선발=제이크 아리에타-존 레스터-카일 헨드릭스-존 래키-제이슨 해멀로 이어지는 컵스의 선발 로테이션은 올 시즌 40승을 합작했다. 5명 모두 평균자책점 3.3 이하의 악명높은 ‘짠물’이다. 선발진 전체가 튼튼하면 에이스가 잠깐 주춤해도 타격이 작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투수 최고상) 수상자 아리에타(12승)가 최근 다소 흔들린 사이 레스터(9승)가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로 제 몫 이상을 해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팬들은 컵스 하면 ‘염소의 저주’부터 떠올린다. 1945년 월드시리즈에 염소를 데려온 홈팬이 경기장 입장을 거부당하자 저주를 퍼부었고 그 저주대로 컵스는 이후 월드시리즈를 한 번도 밟지 못했다. 지난해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월드시리즈 직전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4전 전패로 탈락했다.
71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컵스는 지난 겨울 2억9,000만달러를 과감하게 투자해 전력을 보강했다. 선발진의 래키와 톱타자 벤 조브리스트(타율 0.296) 등이 모범적인 이적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신인왕 출신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내셔널리그 홈런 1위(21개)로 2년 차 징크스를 비웃는다. 컵스는 29일 신시내티전에서 연장 15회에 5점을 뽑아 7대2로 이기는 저력을 과시했다. 브라이언트가 결승타를 때렸고 하비에르 바에스는 만루포를 쐈다. 27일까지 최근 7경기에서 1승6패로 하락세였던 컵스는 2연승으로 돌아섰다.
◇선발 없다고 야구 못 하나=텍사스는 주축 선발이 3명이나 부상으로 빠져 있는데도 아메리칸리그 최고 승률을 찍고 있다. 다르빗슈 유와 데릭 홀랜드에 이어 콜비 루이스도 어깨 쪽에 탈이 났다. 팔꿈치 수술 후 한 달 전 복귀했지만 어깨 이상을 느낀 다르빗슈는 올스타전(7월13일) 뒤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후반기에 더 강해질 여지가 많다는 게 텍사스가 진짜 무서운 이유다.
29일 뉴욕 양키스전(7대1 텍사스 승)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9승째를 거둔 콜 해멀스에다 돌아올 다르빗슈와 루이스 정도면 플레이오프에서 부러울 것 없는 선발 로테이션이다. 텍사스는 7월31일 트레이드 데드라인 이전에 가을야구에 대비한 ‘똘똘한’ 투수를 더 영입할 가능성도 있다.
타선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이다. 팀 타율은 메이저리그 전체 8위(0.267)지만 득점권 타율로는 전체 1위를 다툴 정도로 찬스를 놓치지 않는다. 이날도 2대0으로 앞선 8회에만 추신수의 득점을 시작으로 5점을 몰아쳤다. 추신수-이언 데스먼드의 최고 테이블세터를 갖췄고 한동안 부진했던 4번 타자 프린스 필더도 최근 타격감을 찾았다. 하위 타선의 핵은 최고 유망주 출신 주릭슨 프로파가 맡고 있다.
텍사스는 51승 중 25승이 역전승으로 이 부문 메이저리그 1위다. 1점 차 승부 승률 역시 17승5패로 1위. 그만큼 촘촘한 짜임새와 끈끈한 승리욕을 갖췄다는 얘기다. 2010년부터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고도 번번이 아깝게 우승을 놓쳤던 텍사스가 이번은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최근 부상 복귀 후 14경기에서 타율 0.286에 출루율 0.385로 힘을 내고 있는 추신수는 월드시리즈 우승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다. 텍사스 지역 매체는 우승 여부를 예상하는 인터넷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