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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기자의 Travelogue] 관광산업은 결국 이미지가 좌우…'김밥 만원' 오해 더 이상 없어야

최근 중국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때아닌 한국 김밥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김밥 한 줄에 1만원이라는데 이것이 적당하냐는 것이다. 바가지라는 데서부터 비싼 김밥도 있다는 체험담까지 다양하다.

아이러니하게 논란의 단초는 한국에서 제공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문화관광산업 경쟁력 강화회의’에서 “김밥 한 줄에 1만원씩 받고 뭐 이런 식으로 하면 (관광객이) 더 오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을 쫓아내고 있다”고 말한 것이 중국 언론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면서다. 박 대통령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폭리나 불친절을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이를 사례로 들었겠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김밥 한 줄에 1만원’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그럼 박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의 출처는 어디일까. 문화체육관광부나 산업통상자원부, 이들 산하기관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팔리는 김밥 가격을 따로 조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 자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이 내용은 2월 국내의 한 매체에서 보도한 ‘김밥 1줄 1만원…유커의 분노’라는 기사에서 비롯된 듯하다. 이 기사는 25세의 첸모라는 중국인이 춘제 연휴에 서울 동대문의 한 노점에서 김밥 한 줄을 1만원에 사 먹은 후 귀국해 바가지를 썼다고 억울함을 토로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의 글 하나를 인용해 ‘유커의 분노’라고 지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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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보에서 이 글을 찾을 수가 없고 또 동대문의 그 노점이 어딘지도 모르니 ‘팩트’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 어쨌든 한 나라의 대통령이 직설적으로 언급하기에는 뭔가 근거가 빈약하다. 중국인 한 사람의 편견이 한국 관광의 품질을 좌지우지한다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차라리 정부가 별도의 조사 결과를 갖고 있기를 바란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선진국이라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한국은 일거수일투족이 다른 나라의 주목을 받는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주요 국가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기사 한 줄이나 주요 인사의 말 한마디는 상당한 무게감을 가진다. 우리가 해외 언론을 인용해 보도하는 것처럼 해외 언론도 한국 언론을 그대로 인용한다. 특히 한류를 통해 한국에 관심이 많은 중국이나 일본·동남아시아의 경우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이 때문에 근거도 부족한 내용이 확대 재생산되고 이것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관광산업은 결국 이미지가 좌우한다. 각자가 말과 행동에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다시 김밥으로 돌아가 보자. 이미 시중에는 ‘프리미엄 김밥’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재료를 속에 넣어 한 줄에 1만원 이상인 김밥이 흔하다. 프리미엄 김밥 프랜차이즈도 있고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도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우리 김밥은 늘 싸구려라고 생각하는 것도 또 하나의 편견이다. /chsm@sedaily.com

최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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