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29일 대표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국민의당은 대주주가 사라지는 ‘오너 리스크’에 봉착하게 됐다. 안 대표가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의 진위와 관계없이 십자가를 지겠다며 강수를 뒀지만 당장 국민의당을 이끌고 갈 대체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안 대표 없이도 정치적 자생력을 보여줘야 할 시험대에 서게 됐다.
안 대표의 사퇴는 사실상 안철수계의 2선 후퇴로 읽힌다. 안 대표와 박선숙 전 사무총장을 겨냥한 당내 인사의 투고로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질 정도로 국민의당은 안철수 사당화에 대한 내부 불만이 상당히 축적돼 있었다. 사무총장 인선 등 굵직한 당내 인사 과정에서 호남 의원들이 배제되는 등 안 대표에 대한 호남 의원들의 감정은 더욱 악화됐다. 전북 정읍 출신인 유성엽 의원 등 일부 호남 의원은 안 대표의 사퇴를 말리는 당내 분위기와 반대로 지도부 책임론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안철수계의 2선 후퇴로 안철수 사당화 논란은 종식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호남 의원들이 당권을 잡기 위해 전면에 나서거나 집단 탈당을 감행하는 모험은 없을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의 한 관계자는 “안 대표는 10%대의 확고한 고정지지층을 확보하고 있고 이들이 당 지지층의 대다수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지지층 대다수가 안 대표를 중심으로 형성된 만큼 호남 의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설 원동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또 국민의당 의원들이 흔들릴 만한 외부 변수가 당장 없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더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더민주 대표 경선에서 김부겸 의원이 나섰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문재인 전 대표의 대리인 격인 추미애 의원이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국민의당 의원들이 당을 박차고 더민주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국민의당은 내부적으로 리더십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할 숙제를 떠안게 됐다. 당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이 안 대표 중심에서 벗어나 더욱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있는 시험대에 서게 됐다”고 밝혔다. 조직정비를 통해 의원 간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고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모멘텀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을 영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는 “국민의당 입당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박선숙 의원과 김수민 의원이 기소되거나 끝까지 자진 탈당을 거부할 경우 국민의당 지지율은 더욱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국민의당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고도 당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국민의당 중심의 제3지대 통합 전략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정의화 전 국회의장, 유승민 의원을 국민의당 중심으로 모으는 것이 집권 전략”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