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홍기택 휴직 파문에…국제정책라인 술렁

AIIB 부총재 교체 가능성 높아 '당황'

유일호 "후임, 한국서 다시 맡아야"

홍기택 AIIB 부총재./서울경제DB홍기택 AIIB 부총재./서울경제DB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아무런 예고 없이 휴직하는 돌출행동을 보이자 정부의 국제경제정책 라인이 술렁이고 있다. 국회가 이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나서 홍 부총재의 좌충우돌 행보를 진화하는 모양새다.

유 경제부총리는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홍 부총재의 휴직 배경과 대응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책임을 물을 것이 있으면 묻겠지만 불법이나 이런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홍 부총재의 후임을 새로 뽑을 경우 한국에서 다시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재는 자신이 KDB산업은행 총재로 재직할 당시 논란이 된 ‘대우조선해양 경영자금 4조원 부실 지원’과 관련해 “(지원은) 정부가 결정했고 산업은행은 들러리만 섰다”는 폭로성 언론 인터뷰를 해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 결과 홍 부총재도 적자를 낸 대우조선 임직원에게 877억원의 격려금을 주도록 허락한 행위 등이 밝혀지자 ‘책임론’이 불거졌고 지난 27일 정부와 교감 없이 돌연 국제기구 부총재직을 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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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3.81%)는 AIIB 57개국 가운데 중국(30.34%)과 인도(8.52%), 러시아(6.66%), 독일(4.57%)에 이어 지분이 다섯 번째로 많다. 이를 인정받아 AIIB 부총재 자리 5개 가운데 하나를 차지했다. 하지만 홍 부총재가 정부를 대표해 맡은 자리를 개인적인 이유로 휴직하면서 AIIB는 곧 후임 인선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미 홍 부총재가 중국을 떠나면서 휴직이 사실상 사퇴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57개국이 참여한 국제기구 부총재직을 장기간 공석으로 둘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정부 내에서는 새 부총재를 뽑는 과정에서 부총재직을 잃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분만 고려하면 우리의 몫이지만 이미 스스로 걷어찬 부총재직을 다시 가져가면 다른 국가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어서다. 우리에 이어 지분이 6위인 호주(3.76%)와 7위인 프랑스(3.44%)가 부총재직을 원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인적인 판단으로 정부를 대신해 나가 있는 국제기구 고위직을 휴직한 일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면서 “후임 인사에서 당연히 우리 몫을 주장하겠지만 (다른 국가들에) 명분이 설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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