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병원(63) 농협중앙회 회장을 피의자신분으로 전격 소환 조사한다.
김 회장이 지난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사전 담합을 통해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사정 칼날이 최고 ‘윗선’을 정조준하면서 농협중앙회는 새 수장을 맞이한 지 5개월 만에 경영 공백이 우려된다. 특히 조선·해운업 부실 여신으로 농협금융이 심각한 내상을 입는 등 안팎이 불안한 가운데 수장까지 검찰 수사를 받으며 농협중앙회가 겹악재에 직면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규 부장검사)는 30일 김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이성희 후보를 꺾고 23대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합천가야농협 최덕규 후보는 1차 투표에서 3위로 탈락하자 결선 투표 직전 ‘김병원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세 차례에 걸쳐 대의원 107명에게 보냈다. 검찰은 김 회장이 최 후보 측의 지지를 얻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거나 금품이나 보직과 같은 대가를 약속하는 등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선거일 당일 선거운동이나 후보자 본인이 아닌 제3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앞서 17일 김 회장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선거운동 관련 서류, 컴퓨터 파일 자료 등을 확보했다. 또 캠프 관계자들에게 김 회장을 지지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22일 최 후보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김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는 소식에 농협은 초긴장 상태다. 농협은 농협중앙회 회장이 선출직으로 바뀐 후 민선 1∼3대 회장이 모두 비자금과 뇌물수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고 중도 낙마하면서 혼란에 휩싸였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직전 중앙회장인 최원병 회장 역시 본인은 검찰의 칼날을 피했지만 측근들은 줄줄이 구속됐다. 특히 열악한 일선 조합 지원 강화·비리로 얼룩진 농협 조직 투명성 확보 등 막중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김 회장마저 낙마할 경우 농협으로서는 또 한 번의 큰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어 앞으로 수사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김 회장이 선거 때 내건 공약은 농협법 개정, 농협 쌀 시장 점유율 60% 달성, 축산업 경쟁력 강화, 조직개편 등 농협이 반드시 이뤄야 할 당면과제다. 게다가 농협은 당장 다음달 1일 농협금융 홍보 및 교육, 법무 등 후선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 등 모든 금융계열사의 홍보조직이 금융지주로 합쳐지는 상황에서 이를 진두지휘해야 할 김 회장이 빠지게 되면 농협은 급속도로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농협중앙회 회장 가운데 5명 중 3명이 구속됐고 이번 일도 정부 입장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김 회장이 협동조합 업무를 굉장히 잘 아는 분이라 정부도 기대감이 큰 상황인데 개인적인 일로 중도 하차하게 된다면 농협 직원들과 정부 모두 매우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현덕·박홍용기자 always@sedaily.com